샤리프 야당 총재 “테러전에서 빠지겠다” 밝혀
11일 열린 파키스탄 총선에서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가 이끄는 제1야당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N)가 승리했다. 이로써 파키스탄은 역사상 처음 민주적 정권 교체를 실현하게 됐다.
샤리프 전 총리는 개표가 진행 중이던 이날 밤 펀자브 주도 라호르에서 지지자들에게 승리를 선언하고 “국민과 파키스탄을 위해 봉사할 기회를 다시 준 알라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이번 총선에서는 하원 전체 의석 342석 중 272석을 선출했는데 PML-N이 이중 126석을 확보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하지만 과반수인 172석 이상은 얻지 못해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크리켓 국민스타 출신 임란 칸이 이끄는 친이슬람 야당 테흐리크-에-인사프(PTI)는 34석, 집권 파키스탄인민당(PPP)은 32석을 각각 확보했다.
이번 총선은 파키스탄이 1947년 독립한 이후 처음으로 문민정부가 5년 임기를 마치고 차기 정부에 정권을 이양하는 기회여서 관심을 모았다. 파키스탄은 세 차례의 쿠데타를 겪었고 66년 역사의 과반을 군부가 통치했다. 지금도 군부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전과 달리 투표 조작과 위협 등 군부 개입의 정황이 없어 파키스탄 민주주의의 가능성이 입증됐다고 뉴욕타임스(NYT)는 평가했다.
한편 미국의 대테러전에 협력한 정부를 공격해 온 파키스탄탈레반(TTP)이 총선 당일 43건의 테러를 감행해 최소 32명이 사망하고 224명이 부상하는 등 혼란도 빚어졌다. TTP는 민주주의가 이슬람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총선을 위협했으며 특히 세속주의 정당을 표적으로 삼았다. 지난달 중순부터 총선 전날까지 이들의 공격에 따른 사망자가 120여명에 이른다. 하지만 유권자의 선거 참여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워 투표율은 약 60%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77년 이래 최고치다. 직전 2008년 총선 때도 투표율은 44%에 그쳤다.
외신은 총선 결과 세번째로 총리에 오르게 된 샤리프 전 총리의 귀환에 주목했다. 샤리프 전 총리는 군부에 의해 두번이나 총리직에서 축출됐다. 1990년에는 부패 혐의로 해임됐고 1997년에는 쿠데타가 일어나 물러나야 했다.
NYT는 샤리프 전 총리가 “집권하면 미국 주도의 대테러전에서 빠지겠다”고 한 만큼 미국의 원조 없이 극심한 경제 침체를 해결하는 난제에 맞닥뜨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점점 대담해지는 TTP도 골칫거리다. 샤리프 전 총리 지지표의 대부분이 고향 펀자브주에서 나와 다른 지역 민심을 얻는 것도 과제로 대두됐다고 BBC방송은 지적했다. 투표율을 높이는데 기여한 도시의 젊은 층과 중산층 유권자는 PTI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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