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왕 경쟁이 뜨겁다.
디펜딩 챔피언 박병호(넥센)와 홈런 2위였던 최정(SK)이 나란히 올시즌 홈런 9개를 때려내고 있는 가운데 '미완의 거포'로 불렸던 이성열(넥센)도 9발의 아치를 쏘아 올리며 11일 현재 공동 선두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각기 다른 매력으로 홈런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 절정에 이른 박병호, 부드러운 중심 이동이 포인트
박병호는 타격감이 절정에 달했다는 평가다. 11일 현재 타율 3할2푼1리와 9홈런 31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박병호에 대해 "타점과 타율, 홈런, 출루율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압도적이다"고 극찬했다.
박병호의 최대 장점은 타고난 힘과 함께 부드러운 스윙이다. 염 감독은 이성열과의 예를 들면서 "성열이의 경우 힘은 좋지만 좀 뻣뻣한 편이다. 100%로 쳐내야 홈런을 만들지만 박병호는 강한 하체에서 나오는 중심 이동을 통해 80%로만 맞더라도 홈런이 된다"고 설명했다. 장타를 의식한 오버 스윙이 아닌 부드러운 스윙으로 인해 안정감을 준다.
염 감독은 "박병호가 홈런왕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이례적으로 큰 목소리를 냈다. "타격 테크닉이 어느 정도 정상에 올라왔고, 무엇보다 선구안이 좋아졌기 때문에 감독으로서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 최정, 빠른 회전력을 이용한 홈런
최정의 최대 장점은 빠른 배트 스피드다. 빠른 회전력을 통해 흔히 말하는 벼락 같은 홈런 타구를 양산해 낸다. 바깥쪽 공에 강한 박병호와 달리 몸 쪽 공을 잡아 당겨서 홈런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올해 터트린 홈런 중 4개가 좌중간, 2개가 우중월, 3개가 우월 홈런일 정도로 타구 방향도 이상적이다.
이만수 SK 감독은 "최정은 팔로 스윙이 이상적이다. 허리를 이용한 빠른 회전력을 통해 히팅 포인트가 앞에서 잘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정은 아주 성실하다. 4년 연속 타율 3할-20홈런 이상을 기록한 최정의 기록은 정말 많은 땀을 흘린 노력의 산물이다. 주변에서 "지나치게 야구 밖에 모른다"고 말할 정도로 경기가 끝나고 난 뒤 숙소에서 자신의 타격 모습이나 메이저리그 강타자들의 타격 폼을 수 차례 반복해서 본다. 그러다 보니 유난히 생각이 많다는 것이 유일한 단점으로 지적된다.
■ 이성열, 엄청난 파괴력에서 나오는 펀치력
이성열은 힘이 장사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을 만큼 엄청난 괴력을 지니고 있다. 이성열은 올해 홈런 평균 비거리가 121.1m(최정 117.2mㆍ박병호 116.7m)로 압도적인 파워를 자랑하고 있다. 염경엽 감독은 "이성열은 정확도가 다소 떨어지기 때문에 4번 타석에 있다면 아쉽겠지만 6~7번 타순에 있는 이성열의 무게감은 단연 최고다"고 설명했다.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의 마크 레이놀즈를 연상시키는 이성열은 리그 최다 삼진(37개)을 기록할 정도로 지나치게 큰 스윙을 하는 것이 단점이다. 그렇지만 "걸리면 넘어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호쾌한 한방은 단점을 극복하고도 남는다.
이미 2010년 두산 시절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서 24홈런을 때려낸 경험이 있다는 것도 이성열에게는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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