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양대기청(NOAA)이 운영하는 하와이주 마우나 로아 관측소에서 9일 측정된 대기 중 이산화탄소(CO₂) 농도가 400ppm을 넘어섰다. 400ppm은 학계가 정의하는 기후변화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생태계가 안전하게 유지될 수 있는 최대 이산화탄소 농도는 350ppm으로 여겨진다.
마우나 로아 관측소는 이날 낮 이산화탄소 평균 농도가 400.03ppm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충남 태안군의 기후변화감시센터를 비롯해 다른 연구소들도 이산화탄소 농도가 400ppm 을 넘었다고 발표했지만 마우나 로아 관측소의 기록은 전세계 기후변화를 판단하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관측소를 운영하는 지구시스템연구소(ESRL)의 제임스 버틀러 소장은 "지난해 남극의 모든 관측소에서 이산화탄소 농도가 400ppm을 넘었으나 마우나 로아에서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400ppm이란 수치의 의미를 알기 위해선 과거 지구의 환경을 살펴보라고 조언한다. NOAA의 피터 탠스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마지막으로 400ppm을 넘은 것은 지금으로부터 200만년 전"이라며 "당시 해수면은 지금보다 10~20m 높았고 그린란드에조차 삼림이 울창했다"고 말했다. 폭염과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동식물 멸종을 각오해야 한다는 뜻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마우나 로아 관측소가 1958년 첫 측정에서 315ppm이 나온 이후 빠른 속도로 증가해 왔다. 상승률 또한 점점 가팔라져 1950년대 말에는 연간 0.7ppm 꼴로 올랐으나 지난 10년 동안은 연간 2.1ppm씩 상승했다. 프린스턴대 기후학자 마이클 오펜하이머는 "이 같은 속도라면 곧 450ppm을 넘을 것"이라며 "그러면 기온이 2도 상승해 생태계에 심각한 타격이 온다"고 경고했다.
이산화탄소 증가의 주원인은 단연 인간의 활동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전세계의 모든 굴뚝과 차량에서 매초 1,000톤 이상의 온실가스가 뿜어져 나온다고 전했다. ESRL의 버틀러 소장은 "앞으로 수십 년간 농도가 400ppm 아래로 떨어질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산화탄소는 계속 급증할 것이고 우리는 손 쓸 수 없게 돼버렸다"고 우려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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