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4일 이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두 정치 거물이 후보로 등록했다. 정치적 영향력이 여전한 아크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79) 전 대통령과,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측근인 에스판디아르 라힘 마샤에이(53)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그들이다.
두 사람이 출마하면 이란 대선은 신구 권력의 맞대결 외에 또다른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를 위시한 이란 기득권층에 대한 도전이 그것이다.
1979년 혁명 이후 이란은 시아파 고위성직자단과 최정예부대인 이란혁명수비대가 결탁해 입법ㆍ사법ㆍ행정, 군대, 언론을 통제하고 있는데 두 사람 모두 이러한 신정(神政) 체제에 비판적이다. 그러나 후보 등록자가 성직자 및 법조계 대표로 구성된 헌법수호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출마할 수 있기 때문에 두 사람이 실제 대선에 나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헌법수호위는 680여명에 이르는 후보 등록자의 적격 여부를 심사해 23일 최종 후보 명단을 발표한다.
마샤에이와 라프산자니 모두 후보 등록 마감일인 11일 출사표를 던졌다. 아마디네자드는 마샤에이가 내무부 청사에서 후보 등록을 하고 기자회견을 하는 내내 동행했다. 마샤에이는 기자회견에서 “외교, 경제 등 아마디네자드 정부의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라프산자니는 별도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다. 그는 1989~97년 대통령 재임 당시 외자 유치, 여성인권 향상 등 친서방 실용주의 정책을 폈다. 2005년 대선에서 강경 보수파인 아마디네자드에게 패한 후 “아마추어 정권 때문에 이란이 위험지대로 전락했다”고 정부를 비판해왔다. 이란혁명 공신으로 그 자신 기득권 세력이었던 라프산자니는 2009년 대선 당시 개혁 성향의 세이드 무사비 후보를 지원, 아마디네자드의 재선을 지지하던 하메네이와 불편한 관계가 됐다.
보수기득권층의 후원을 받은 아마디네자드는 정권을 잡은 뒤 독자 세력 구축에 나서 기득권 세력의 눈밖에 난 상태다. 그가 이번 대선에서 측근이자 사돈인 마샤에이를 밀면서 헌법 3연임 금지조항을 피해 4년 뒤 재집권하려 한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그러나 양측 모두 기득권층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르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두 사람이 후보 등록 마감 직전 출마를 선언한 것도 하메네이의 의중을 확인하느라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라는 후문이 나온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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