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한 출판사에서 사진 한 장을 보내달라는 연락을 해왔다. 낭독회 웹자보에 쓸 예정이라 했다. 파일을 뒤졌지만 마땅한 게 없어, 그 무렵 스피드카트 체험장에서 헬멧을 쓰고 찍은 사진을 보냈다. 담당자는 뜨악해했지만 헬멧이 인상적이긴 했던 모양이다. 이후 나는 자주 이런 말을 듣곤 했다. "요즘도 오토바이 잘 타고 다녀?" "오토바이는 언제부터 타셨어요?"
지인들은 '잘 지내?'라는 뜻으로, 처음 인사를 나눈 이들은 '만나서 반갑습니다'라는 뜻으로, 오토바이 얘기를 꺼냈다. 사진 속 헬멧이 나를 별안간 '바이크 라이더'로 만든 것이다. 좀 난처했다. 지나가는 말에 정색하며 구구절절 설명을 붙이기도 그랬고 가만 있기도 그랬다. '오토바이 인사'를 받은 날이면 사진으로 거짓말을 한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해지기도 했다.
집에 있는 낡은 스쿠터를 몰아보기로 결심한 건 그 때문이었지 싶다. 요컨대 본말전도. 오토바이를 타기에 헬멧을 쓰고 사진을 찍은 게 아니라, 거꾸로 사진이 나를 오토바이에 올라타게 했달까. 50cc 원동기 등록이 의무화된 탓에 결국 몇 번 시험운전이나 하고 만 셈이지만.
하지만 날이 이렇게 환하니 다시 한 번 오토바이를 타며 바람을 느끼고 싶어진다. 이참에 반짝이는 새 스쿠터를 사서 번호판을 달고 보험을 들고 제대로 바이크 라이더가 돼볼까. 그런데 역시나 앞뒤가 헷갈린다. 스쿠터를 사고 싶어 이 글을 쓰는 건지, 글을 쓰다 보니 스쿠터가 사고 싶어진 건지.
신해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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