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차 심각해지고 있는 기업들의 투자기피는 근본적으로 관련 위험의 파악과 감수가 어렵기 때문이다. 글로벌화의 진전으로 다양한 위험요인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민간기업들이 독자적으로 주도하는 장기 프로젝트는 좌초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신흥시장의 경우 금융인프라가 취약해 대규모의 장기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어렵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미래 성장동력의 발굴과 직결된 투자흐름은 원천에 관계없이 선진국으로 직행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제대로 투자가 수행되려면 일단 여건이 갖추어진 선진국으로 금융재원이 집중되고 그 중 일부만이 신흥시장으로 재순환되고 있다. 그 결과 수출을 위한 제조설비 투자가 대부분인 한중일의 경우 환율민감도가 높아지고 안정기조 유지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거듭되는 환율전쟁은 달러중심 국제금융 시스템의 한계인 동시에 경제기반의 다변화가 어려운 국가들의 현실을 반영한 결과이다. 불행히도 환율민감도를 줄이기 위한 내수확충의 재균형(rebalancing) 노력은 한중일 모두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그만큼 다양한 성장기반을 다지는 시도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역내 3국은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모순적인 단기대응에 급급하고 있다. 무엇인가 패러다임 전환의 기폭제가 절실하다. 통상적인 것이 아닌 창조적 차원의 획기적 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지속성장을 가로 막는 다양한 요인들 중에서 특히 환경관련 대응 노력은 보다 새로운 각도에서 준비되어야 한다. 기존의 틀 안에서 단기를 넘어선 중장기 효과와 외부환경 요인에 대한 영향까지 고려한 선택을 이끌어 내기는 불가능하다. 예로 지속성장을 위한 환경요인의 중요성이 거듭 강조되고 있으나 환경관련 준비는 턱없이 미흡하다. IEA의 예측에 따르면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환경유지에 필요한 수준의 25%에 불과하다. UNEP에 따르면 2도 미만의 온도상승 확률을 80%이내에서 허용하려면 화석연료의 31%만 활용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최근 금융위기 탓에 각국의 환경관련 정책노력은 탄력을 잃어가고 있다. 최근 유로 탄소배출권거래소(ETS)의 붕괴에서 나타나듯이 세계 Top 200 자원회사들은 2012년에만 세계 GDP의 1% 이상인 6,700억 달러 이상을 써보지도 못할 자원개발에 투자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장기 차원의 준비가 절실한데도 시장의 왜곡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특히 시장평가의 변동성이 과도한 상태에서 민간주체들의 지속적인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후발주자들의 환경관련 대응은 방향조차 가늠하기 힘들다.
패러다임 전환 차원에서 창조경제는 실험적인 미사여구가 아니라 미래준비를 위한 투자를 통해 신규고용이 창출되는 경제이다. 기존의 패러다임을 뛰어넘는 접근과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단기수익에 급급한 경제주체들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창조'의 개념은 바로 주변과 미래를 위한 스스로의 변화이다. 환경요인을 고려하지 않으면 투자부진과 고용기반의 축소를 막을 수 없다. 정부는 상황의 심각함을 감안하여 당면한 문제들을 돈으로 메우기보다는 경제주체들의 자발적 노력이 가시화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사회적 필요에 자금이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사회적 벤처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기업들이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민관합동의 위험분담구조를 적극 발굴해야 한다. 파악된 위험에 대한 시장신뢰가 있다면 투자는 활성화될 것이고 우리의 미래는 밝아질 수 있다. 독일의 재생에너지 성공사례만 보더라도 정부의 발전차액지원금(paid-in tariff)정책이 민간투자 유치에 기여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민간참여가 다방면에서 활성화될 수 있도록 산업은행 중심의 중추적 위험분담 노력이 구체화되어야 한다. 도덕적 해이에 대한 경계와 새로운 투자의 필요성을 동시에 감안하여 인센티브를 조율함으로써 부채축소조정의 내폭 과정을 이겨낼 수 있는 창조경제의 실체를 구현해 나가야 한다.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상임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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