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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박정희를 예술적으로 관광… 신화화 김이 빠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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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박정희를 예술적으로 관광… 신화화 김이 빠질 것"

입력
2013.05.10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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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박정희를 관광한다'

지난달 13일 팝아트협동조합이 '박정희와 팝아트투어'행사를 하며 내건 제목이다. 낸시랭 등 젊은 예술가들이 주를 이룬 참가자 22명은 이날 서울 마포구 박정희대통령기념ㆍ도서관과 경북 구미시 박정희대통령생가를 찾았다. 한 참가자의 손가락 욕 사진 한 장으로 모욕 논란을 빚었던 그 행사다.

행사 공동 기획자인 팝아티스트 강영민(41)씨와 디자인평론가 최범(56)씨는 모욕 논란이 안타깝다고 했다. 최씨는 "박정희를 비판하거나 숭배하기에 앞서 우선 박정희를 공부하자는 게 취지였는데 완전히 묻혀버렸다"고 말했다. 강씨는"손가락 욕은 한 참가자의 우발적으로 행동이었다. 해명도 하고 사과도 했다. 이후에는 행사 공지를 통해 고인에 대한 예우를 갖추자고 부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팝아트협동조합은 4일에도 마포의 기념ㆍ도서관에서 제4차 박정희와 팝아트투어를 진행하는 등 '관광'을 이어가고 있다.

행사 참가자들은 극우 성향 사이트인 '일간베스트(일베)'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두 공동기획자는 그 현상이 행사 기획 취지를 역설적으로 설명해준다고 말했다. "그들은 박정희를 조금만 다르게 봐도 불경을 저질렀다고 여긴다. 박정희 신화를 해체하는 데는 독해의 다양성이 오독보다 효과적이다. 박정희 신화의 알갱이가 바로 전체주의다"(최범) "일베의 결속력은 전체주의다. 그들은 우리 행위를 손가락 욕 하나로 통일해 버렸다. 어떻게 22명이나 되는 사람이 다 똑같을 수 있나. 나를 포함해 영정에 참배한 사람들도 있다. 예술에는 예술 논리가 있는데 이해를 못하고 각자가 다르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강영민)

최씨는 자신을 '박정희 키드'라고 소개했다. 그는 "국민학교 때 진해비료공장 준공식을 찾은 박정희의 차를 길가에 늘어서 맞은 적도 있다. 나는 민주주의라는 말을 박정희한테 처음 들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는 자신의 말을 배반했다. 나는 살아있는 박정희가 아닌 박정희의 말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진보 성향 예술단체인 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 등에서 활동한 최씨는 "박정희로부터 해방되기 위해서는 박정희를 새로운 시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유신둥이'라고 표현한 강씨는 "그 시대를 경험하지 못한 세대는 박정희를 물질적으로 배부르게 했지만 독재자고 박근혜의 아버지 정도로 알고 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우리가 받은 미술 체육 음악 등의 수업도 전인교육을 강조한 박정희 시대의 영향이다. 박정희는 한 개인이 아니라 한국 현대 신화의 아이콘이다. 그 신화 속으로 들어가 박정희를 만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을 새로운 눈으로 보기 위해 이들이 택한 것이 예술적 시각과 관광이라는 형식이었다. "아무리 악당이라도 그 안에 진실이 있을 수 있다. 이것은 예술로 포착할 수 있다. 그래서 사회과학적 접근이 아닌 감성적 접근을 한 것이다"(최범) "예술은 열려 있는 것이고 예술적으로 보면 모든 색깔이 아름답다. 흑백논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예술가들의 기능은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다. 박정희 신전이라고 할 수 있는 기념 시설을 우리는 관광이라는 코드로 봤다. 현대사의 거인을 관광의 대상으로 전환함으로써 각자의 시각으로 박정희 신화를 해석하고 감상하자는 것이다"(강영민) "박정희를 감상하고 소비함으로써 신화화의 김을 빼는 것이다. 중국의 젊은 예술가들은 마오쩌둥 이미지를 갖고 온갖 것을 다한다. 우리도 박정희를 예술적으로 마음껏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최범)

이들은 관광을 통해 무엇을 느꼈을까. "나한테 거기 왜 갔냐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좌파는 기념관에 가면 안 되나. 박정희 기념시설은 모든 진실을 말하고 있지는 않지만 한가지 진실은 말하고 있다. 세상에 완전한 기념관이라는 건 없고 한번에 진리에 다다르는 방법도 없다"(최범) "그림도 원색만 있으면 촌스럽다. 어두운 부분도 있고 빈 곳도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박정희 기념시설은 세련되지 못했다. 이번 기획을 통해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한국사회 소통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강영민)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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