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수행 중이던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이 성추행 사건에 연루돼 10일 전격 경질됐다. 윤 전 대변인은 성추행 피해자의 고소로 미국 현지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순방 일정을 취소한 채 곧바로 귀국해 도피 논란도 일고 있다. 청와대는 성추행 고소를 사전 인지하고 윤 전 대변인의 귀국 과정을 상의한 것으로 드러나 도피 방조와 관련한 책임론도 불거지는 등 파문이 확대되고 있다.
9일(현지시각) 미 워싱턴 경찰국이 공개한 사건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윤 전 대변인은 7일 밤 9시30분부터 30분 동안 백악관 인근 워싱턴호텔의 객실에서 한국 대사관의 인턴 직원인 20대 한국계 여성 B씨의 엉덩이를 움켜쥐는(grabbed) 등 성추행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현지 경찰은 8일 낮 12시30분 B씨의 신고로 수사에 착수했으며 현장조사를 통해 감시카메라(CCTV) 등 증거물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변인은 이날 오후 1시30분 순방팀 일정에 합류하지 않고 워싱턴 덜레스 공항에서 급거 귀국했다.
이와 관련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은 10일 귀국 직후 긴급 브리핑을 갖고 "당일 오전9시30분쯤 미 의회 합동연설에 들어가기 직전에 선임 행정관에게 상황설명을 듣고 상의해 결정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해당 선임 행정관은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한 상황을 파악한 뒤 윤 대변인에게 현지 경찰에 소환될 가능성과 귀국 후 한국에서 조사받는 두 가지 경우를 보고했다"며 "귀국 결정은 윤 대변인이 직접 했다"고 설명했다. 이 수석은 또 "홍보수석실 소속의 사람이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에 대해 대단히 실망스럽고 죄송하다"는 내용의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6일 간의 미국 순방 일정을 마치고 이날 오후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국가의 품위는 크게 손상됐고 박 대통령의 방미성과도 상당 부분 빛이 바래게 됐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청와대가 윤 전 대변인의 귀국을 묵인 또는 방조한 의혹을 제기하고 국회 차원의 청문회 실시를 요구하면서 정치적 파장도 상당할 전망이다.
앞서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은 귀국 직전인 9일 오후(현지시각) 마지막 순방지인 로스앤젤레스에서 긴급 브리핑을 갖고 윤 전 대변인의 경질을 발표했다. 이 수석은 "윤 대변인이 박 대통령의 방미 수행 기간 개인적으로 불미스러운 행위를 해 고위공직자로서의 부적절한 행동을 보이고 국가의 품위를 손상시켰다"고 경질 배경을 설명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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