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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중 성추행 파문] 사건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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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중 성추행 파문] 사건의 재구성

입력
2013.05.1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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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한 지 3일째 되던 7일(현지시간) 저녁. 낮의 한미정상회담에 이어 워싱턴 시내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서 양국 주요인사들이 참석한 한미동맹 60주년 기념 만찬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만찬은 예정보다 늦은 오후 10시에야 마무리됐다. 그러나 만찬이 끝나던 바로 그 시각 윤창중 청와대 전 대변인은 대통령 곁에 있지 않았다. 대신 백악관 옆 워싱턴(W)호텔에서 인턴사원 B씨와 함께 있었다.

본보가 입수한 워싱턴경찰국의 사건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윤 전 대변인은 이날 밤 9시30분부터 10시까지 30분 동안 이 호텔에서 B씨의 엉덩이를 움켜잡는 등 성추행을 저질렀다. 소식통은 "두 사람이 호텔 바에서 술을 마시다 사건이 벌어졌다"고 했으나 경찰 보고서는 성추행 장소를 '호텔방'으로 기록했다. 미국 시민권자인 20대 여성 B씨는 주미 한국대사관이 뽑은 임시 인턴사원으로 윤 대변인 수행 업무를 담당했다.

성추행이 일어난 워싱턴호텔은 대통령 수행단이 체류한 윌러드호텔과 붙어 있고 박 대통령이 머문 영빈관(블레어 하우스)과는 700m, 백악관과는 300m 떨어져 있다. 영화 '대부'에서 마이클 콜레오네(알파치노)가 의회 청문회에 소환됐을 때 묵은 곳이 바로 워싱턴호텔이다. 윤 전 대변인은 취재진과 함께 페어팩스호텔에 머물렀는데 이날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이 호텔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변인은 이후 윌러드호텔의 바에서 밤늦게까지 술을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다음날 새벽 5~6시쯤 숙소로 돌아가 B씨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방으로 서류를 가져다 달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B씨는 옷을 모두 벗고 있는 모습을 보고 놀라 울면서 방을 뛰쳐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변인은 샤워를 하는데 부르지 않은 B씨가 방으로 찾아온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B씨는 이후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동료들에게 이 같은 사실들을 알렸고, 이 때 제3자가 경찰에 1차 신고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변인은 8일 오전8시 박 대통령이 수행 경제인들과 해이애덤스 호텔에서 조찬 간담회를 할 때는 자리에 지켰으나 그 뒤 의회 연설을 할 때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이 때 귀국을 최종 결심하고 관용차 대신 택시를 이용, 공항으로 급히 달려간 것으로 파악됐다. 워싱턴 인근 덜레스공항에 도착한 윤 전 대변인은 신용카드로 400만원대 대한항공 비즈니스 좌석을 구매해 오후 1시 35분 서울로 향했다. 윤 전 대변인은 급히 귀국하느라 숙소에 있던 짐도 전혀 챙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가 성추행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한 시각은 8일 낮 12시30분, 윤 전 대변인이 서울행 비행기에 오르기 약 1시간 전이었다. B씨가 숙소에서 전화 신고하기까지 왜 15시간이나 미뤘는지 이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사건을 미리 보고받은 청와대 등 수행단 측에서 B씨를 설득하다 실패한 정황은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결국 설득에 실패, 경찰 신고가 임박하자 윤 전 대변인에게 도피성 귀국을 시켰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윤 대변인 귀국 과정에서 현지 인사의 조언을 듣고 윤 대변인에게 전달했다고 인정했으며, 윤 대변인은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는 말을 했다.

워싱턴 경찰은 B씨의 신고 접수 이후 성폭력 사건 담당형사 2명을 파견해 현장을 조사했다. 한 미국 변호사는 "당시 윤 전 대변인이 현장 또는 숙소에서 발견됐다면 경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워싱턴호텔에 감시카메라가 설치돼 있다고 밝혀, 윤 전 대변인이 등장하는 영상물을 확보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영상 기록이 공개되면 사건의 후유증은 더욱 거질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9일 오전 재미동포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인 미시USA에 "윤창중 대변인이 인턴사원을 성폭행했다"는 글이 올라오면서 핵폭탄급 사안으로 부상했다. 트위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자 청와대는 10일 오전 2시30분께(한국시간) 윤 대변인의 경질 사실을 긴급 발표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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