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성추행 사건'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는 가운데 청와대가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과 미국 출국 사실을 언제 인지했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청와대가 만일 이번 사건 개요를 어느 정도 파악한 상태에서 윤 전 대변인의 귀국을 암묵적으로 허가했을 경우 야권의 주장대로 '성추행 용의자'의 도피를 방조했다는 논란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윤 전 대변인이 미국 워싱턴 덜레스 공항에서 대한항공편으로 출발한 시간은 8일(현지시간) 낮1시30분으로 미국 경찰에 사건이 접수된 시점(8일 낮12시30분)과 불과 1시간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 국제선 탑승 대기시간이 통상 2시간인 점과 공항까지 이동 시간 등을 감안하면 사건이 접수되기 이전에 공항으로 출발했다는 얘기가 된다. 때문에 일부에선 청와대가 사건 접수를 사전에 인지하고 윤 전 대변인이 미국에서 체포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윤 전 대변인에게 서둘러 귀국을 주문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정황상으로는 청와대가 이번 사건을 최소한 8일 오전10시30분 이전에는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시간부터 진행된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윤 전 대변인이 목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남기 홍보수석도 "합동연설 전인 9시30분쯤 선임행정관이 전화가 와서 처음 인지했다"고 말했다. 이 선임행정관은 "오전 7시30분에서 8시 사이에 피해자가 '성추행 당했다'며 회의실에서 울고 있다는 내용을 현지 문화원 관계자를 통해 접했다"며 "바로 윤 전 대변인에 사실 여부를 물으니 '별일 없었다. 사실 무근이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윤 전 대변인이 비록 부인했다고는 하지만 그가 출국하기 6시간 전에 이미 청와대가 초기 첩보를 입수하고도 이를 방치했다는 얘기가 된다. 나아가 청와대는 윤 전 대변인이 합동연설 이후 전화를 걸어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묻자 "미국 소환 조사와 귀국 후 수사 받는 경우가 있는데 본인이 판단해서 결정하라"고 한 점도 논란이다. 비록 부하직원이라고는 하지만 청와대가 귀국을 사실상 방치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청와대는 윤 전 대변인이 여권을 갖다 달라고 하자 현지 문화원을 통해 이를 전달하기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다만 "이런 과정들이 홍보수석에겐 통화가 안 돼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이번 사건을 처음 인지하고서 하루 이상 지난 시점에서야 박 대통령에게 이를 보고한 배경에도 의문이 생긴다. 이남기 수석은 "(박 대통령에겐) 9일 오전9시에 보고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청와대가 처음 사건을 인지한 때로부터 25시간 이상 지난 시점이다. 청와대 측은 "사태를 계속해서 알아봐야 할 사안이 많아 좀 더 조사를 했다"고 해명했지만 늑장 보고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려워 보인다.
청와대는 사후 조치에서도 의구심을 사고 있다. 특히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이 윤 전 대변인이 출국한 지 21시간 만에 경질 사실을 발표한 사실을 두고 초동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수석은 사과문을 발표한 뒤 추가 조치를 묻는 질문에 "대변인은 공식 수행원이 아니라 일반 수행원"이라며 "이번 사건이 개인적 사건이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고 안이한 사태 인식을 보이기도 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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