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미 상공회의소 주최 라운드테이블 간담회에서 통상임금 문제를 "꼭 풀어나가겠다"고 밝히자 기업들은 이를 반기는 분위기다. 지난해 3월 고정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는 법원 판결 이후 재계와 노동계가 갑론을박하는 상황에서 생각지도 못한 박 대통령의 해결 발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10일 재계는 박 대통령의 통상임금 관련 발언을 기업들의 경제활동을 지원하는 약속으로 받아 들이는 분위기다. 따라서 빠르면 이달 중 열리는 노사정 대화체에서 가시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대통령이 약속한 만큼 이달 열릴 노사정 대화체에서 큰 진전이 있기를 바란다"며 "이번 기회에 통상임금 소송 부담에서도 벗어나고 신규 고용도 계획대로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통상임금은 법적 수당의 산정 근거가 되는 임금이다. 그만큼 통상임금이 커지면 기업들이 근로자에 지급해야 하는 연장ㆍ야간ㆍ휴일근무 수당과 퇴직금도 늘어난다.
문제는 통상임금의 범위다. 법원이 고정 상여금, 휴가비 등을 통상임금에 반영해야 한다는 판결을 잇달아 내리자 재계는 불만을 표시해 왔다. 통상임금이 확대 적용되면 인건비가 늘어나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일자리도 늘리기 힘들어 국내 고용시장 불안정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통상임금 소송은 현대자동차, 아시아나항공 등 업종 특성상 초과 근무가 많은 기업에서 주로 일어난다. 실제 3건의 소송을 진행하는 한국GM은 통상임금 소송에 패할 경우를 상정해 인건비 8,133억원을 미지급 비용으로 실적에 반영하면서 지난해 3,40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했다. 한국GM은 그 전 해인 2011년 1,13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한국GM 관계자는 "3건의 소송 가액은 얼마 되지 않지만 패하면 모든 근로자에게 적용되기 때문에 관련 인건비를 늘려 잡았다"며 "통상임금 문제가 잘 정리되면 이 금액이 고스란히 수익으로 잡혀서 고용, 투자 등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경총)는 통상임금에 고정 상여금이 포함되면 기업들이 연간 추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8조6,663억원으로 추정했다. 기업들이 패소하면 3년치 소급분과 퇴직급여충당금(29조6,846억원)까지 합쳐서 판결 당해 연도에만 38조5,509억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경총 관계자는 "이 비용은 2011년 상장회사 순이익의 54.9%에 해당한다"며 "이를 추가 부담하면 향후 5년간 71만~8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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