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못지 않은 두꺼운 타이어에 300㎏에 이르는 육중한 차체. 대당 가격은 국산 중형승용차 가격과 맞먹는 2,000만원대. 경찰 공식 문서에도 '싸이카'로 기재되는 모델명 BMW RT-1200의 경찰 교통순찰대 오토바이다.
오토바이 좀 탄다는 건장한 남성들도 다루기 쉽지 않다는 그 육중한 오토바이로 서울시내를 누비는 '싸이카 여경 삼총사'가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교통순찰대 이주은(34) 경사와 김수진(35) 경장, 엄원주(31) 순경이다.
지난 9일 오전 10시, 그들은 칼같이 각 잡힌 감색 정복 차림에 짙은 선글라스까지 쓰고 인터뷰 약속 장소인 서울 종로구 경찰박물관 앞으로 달려왔다. 서울경찰 최초 싸이카 여경이라는 자부로 그들은 당당했다.
교통순찰대는 2004년부터 여경들에게 싸이카가 아닌 사이드카 운행 업무를 부여했다. 사이드카는 오토바이 옆에 탑승차가 붙어 있어 운전이 수월하지만 싸이카는 체중을 실어 균형을 잡아야 하는 까닭에 체구가 큰 남성요원들이 독점해왔다. 하지만 약 1년 전 이 경사가 교통순찰대 여경 최초로 싸이카 요원의 문을 실력으로 열어젖혔고 8개월 뒤 김 경장과 엄 순경이 합류하며 여경 삼총사가 탄생했다.
동호회 활동을 할 정도로 오토바이 마니아인 이 경사는 "가장 좋아하는 취미를 직업으로 삼을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 경사는 G20 회의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등 국가적인 행사에서 경호업무를 맡기도 했다. 그는 "싸이카 요원으로 VIP를 경호하고 시민을 만나다 보니 경찰로서 더 큰 책임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지구대와 고속도로 순찰대 등에서 근무한 김 경장은 "부드러움이란 여성만의 무기로 다가갈 것"이라며 "우리를 처음 보고 놀란 사람들도 금세 팬을 자처하며 응원해 주신다"고 말했다.
교통순찰대에 오기 전 오토바이의 '오'자도 몰랐다는 막내 엄 순경도 요즘 싸이카의 매력에 한창 빠져드는 중이다. 엄 순경은 "조금이라도 젊을 때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싶었다"며 "가끔 '여자가 무슨 오토바이냐'며 색안경을 끼고 보는 이도 있지만 후배들을 위해 제 몫 이상을 해 내는 싸이카 요원이 되겠다"고 말했다.
매일 자동차 매연을 마시고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되는 위험한 업무지만 이들은 "여경이라는 이유로 못할 일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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