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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의 공사 재촉에 쫓겼나… 가스 누출이 앗아간 을 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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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의 공사 재촉에 쫓겼나… 가스 누출이 앗아간 을 5명

입력
2013.05.10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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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새벽 충남 당진 현대제철에서 전로(轉爐) 보수공사를 벌이던 근로자 5명이 산소부족으로 질식해 숨지는 참변이 일어났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9월 이후에만 7건의 안전사고가 발생, 근로자 11명이 숨지거나 의식불명에 빠진 사고 다발업체로 안전불감증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고 경위와 원인

이날 오전 1시 45분쯤 당진시 송악읍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B지구 내 3전로 내부에서 내화벽돌 보수작업을 벌이던 이 회사 협력업체인 한국내화 소속 근로자 이응우(42)씨 등 5명이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후송했으나 숨졌다. 전로는 제철소 고로에서 녹인 쇳물에 섞인 황, 인, 탄소 등 불순물을 제거하는 공정이 이뤄지는 곳이다. 지름 8m, 높이 12m, 무게 300톤 규모로 항아리 모양의 전로 내부는 1,800도 이상의 고온을 견딜 수 있는 내화벽돌로 이루어져 정기적으로 보수작업을 벌여야 한다. 한국내화 측은 지난 2일부터 9일째 보수작업을 진행해왔다.

이날 사고는 근로자들이 바닥에서 5m 높이의 작업용 발판시설에서 보수공사를 마치고 작업시설 해체를 위해 내려오던 중 산소부족으로 쓰러지면서 일어났다. 현대제철의 관계자는 "예정된 작업시간이 지나도 근로자들이 나오지 않아 확인해보니 근로자들이 전로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소 측과 당국은 아르곤 가스를 원인으로 보고 있다. 아르곤은 공기 중 산고, 질소와 함께 존재하는 원소로 쇳물에 포함된 불순물 제거용으로 사용된다. 무색무취로 인체에 무해하지만 산소보다 무거워 폐쇄공간에서는 질식우려가 있다. 현대제철 측은 사고발생 12시간여 전인 9일 오후 1시30분쯤 아르곤 가스 주입 등 전로 시험가동을 2시간여 동안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국은 이로 인해 아르곤 가스가 보수작업 당시 전로 바닥에 쌓여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제철소 관계자는 "사고 직후 전로 내 산소농도를 조사해보니 기준치인 22%에 못 미치는 16%로 측정됐다"고 말했다.

안전조치 소홀했나

사고 당시 근로자들은 안전모 등 기본 장구는 착용했지만 가스누출에 대비한 산소마스크 등은 쓰고 있지 않은 상태였다. 현대제철 측은 전로 내부에 가스설비를 차단했으며 보수작업이 9일째 진행 중이어서 산소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없고 근로자 한 명이 가스경보기를 소지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작업에 참여했던 A씨 비롯해 한국내화 정비팀 등 다수 직원들은 "현대제철 측에서 공정촉구 압박에 보수작업과 가스연결 작업이 동시에 진행, 가스가 새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전로보수작업이 끝나고 근로자들이 철수한 뒤 가스배관 연결 작업을 진행해야 함에도 작업시간을 줄이기 위해 또 다른 협력업체인 B사가 사고 전날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가스배관용접과 유입시험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상 사업주는 중대재해 발생 시 곧바로 당국에 상황보고를 하도록 돼 있지만 사고발생 4시간여가 지난 6시37분쯤 천안고용노동지청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노동청, 가스안전공사 등 관계기관 80여명과 함께 현장감식을 벌이는 한편, 사고 현장을 목격한 근로자와 현대제철 관계자 등을 상대로 가스누출 경위와 안전조치 이행 여부를 조사 중이다. 정남희 당진경찰서 수사과장은 "현장에서 가스노출 경보기를 발견하지 못함에 따라 밸브 이상 등 기계적 결함 여부와 인위적 조작 여부 등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진=이준호기자 junhol@hk.co.kr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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