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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몸 사리라는 건가" 벌점제 반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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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몸 사리라는 건가" 벌점제 반발 확산

입력
2013.05.10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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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로 다친 소방관에게 감봉, 사망하면 함께 현장 출동한 대원에게 견책 등 징계.'

소방당국이 최근 화재진압과 인명구조 작업 등으로 다친 소방대원이나 순직 소방대원과 함께 있던 동료대원을 징계하는 '소방공무원 벌점제'를 시행하고 있어 일선 소방관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10일 소방방재청(소방청)에 따르면 서울소방재난본부를 비롯해 경기 강원 전남 충남 경북 등의 전국 단위 소방본부에서 소방공무원 보건안전관리 규정(제21조)에 따라 안전수칙 위반자에 대한 벌점제를 지난달 중순부터 시행하고 있다.

벌점제는 지난해 소방관 7명이 순직하고 285명이 다치는 인명사고가 잇따르자 소방청이 올 2월 4일 '안전수칙 위반자 벌점제'란 내용의 훈령을 만들어 각 지방소방본부에 하달했다.

이에 따라 강원소방본부는 화재현장 등에서 전치 2주 이상의 부상을 당한 소방대원에게 견책과 감봉 처분하고, 세 번 사고를 당하면 정직의 중징계를 내리는 세부안을 시행하고 있다. 또 소방대원이 순직하면 함께 현장 출동한 대원들이 견책 처분을 받고, 누적되면 정직된다.

서울의 경우 전치 4주 이상 부상자에게 경징계를, 사망 시 다른 현장 책임자에게 경징계를 내리고, 사고가 3회 반복되면 중징계로 넘어간다. 이런 징계는 향후 인사와 성과급, 복지 등에 반영된다. 경기 전남 충남 등 다른 곳에서도 유사한 내용의 징계를 하고 있다는 게 소방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영주소방서를 관할하는 경북소방본부 또한 벌점제를 운영 중이다.

서울 지역에서 16년째 근무하는 한 소방관은 "안전사고의 책임을 현장의 일선 소방대원에게 전가하는 불합리한 제도"라며 "사기가 뚝뚝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더욱이 벌점제 기준인 안전수칙조차 모호하기 짝이 없다. '늘 경계심을 가진다', '냉정·침착성을 잃지 않는다' 등 추상적 내용의 10여개 항목을 징계 기준으로 삼아 일선 소방관들로부터 황당한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지역의 한 소방대원은 "사고 현장은 한치 앞을 모를 정도로 상황이 급변한다"며 "불은 끄지 않고 기준에 맞춰 몸을 사리라는 건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양한승 호남대 소방학과 교수는 "서장 이상 지휘관에게는 안전운영에 대한 압박 차원에서 일부 타당성이 있지만 그 이하 지휘관이나 동료대원에게 사고 책임을 묻는 건 더 극심한 부담을 주기 때문에 있어선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9일 경북 임하댐 추락헬기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고 박근배(42) 소방장의 빈소가 마련된 경북 영주시 가흥동 '추모의 집' 장례식장에는 동료 소방대원과 김관용 경북도지사 등 기관ㆍ단체장 등 조문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1계급 특진 및 옥조근정훈장이 추서된 고 박 소방장의 영결식은 11일 오전 9시 영주소방서에서 열린 후 대전국립현충원에 안장된다.

또 수색작업이 이틀째 진행된 10일 안동소방서 구조대와 군경 합동 구조인력은 첨단장비를 동원, 실종된 박동희(57) 기장과 진용기(47) 부기장을 찾아 나섰지만 이날 내린 비로 임하댐 물이 평소보다 흐려져 수색에 실패했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영주=이용호기자 ly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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