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성추행 의혹 사건은 이번 방미를 기점으로 국정 운영의 모멘텀을 확보하려던 박근혜 대통령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방미 수행 도중 고위직 추문, 그것도 '성추행'이란 사건의 휘발성을 감안할 때 향후 정치 지형에도 적지 않은 후폭풍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는 당초 이번 방미를 동력 삼아 내치(內治)에 본격적으로 전념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방미 초반 만난 청와대 관계자들도 "북한 빼고 돌발 변수가 이제 뭐가 있겠느냐. 국정에만 성과를 내면 된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임기 초반 불통인사 논란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데다 북한 리스크 관리 능력도 인정 받으면서 지지율이 50%를 넘는 등 국정 운영에 숨통이 틔었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방미 성과가 이번 사건으로 퇴색하는 등 우호적 환경들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국정 운영에 비상등이 켜졌다.
특히 박 대통령의 '1호 인사'였던 윤 전 대변인 낙마는 취임 초반 박 대통령을 지긋지긋하게 따라다녔던 '수첩 인사' '불통 인사' 논란을 재점화할 공산이 크다. 윤 전 대변인은 임명 과정에서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윤 전 대변인이 당선인 대변인, 인수위 대변인에 이어 청와대까지 입성한 데는 인사권자인 박 대통령의 의중이 결정적이었다. 때문에 지휘라인 책임론과 청와대 인사시스템 논란이 다시 증폭되는 과정에서 박 대통령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거세질 수도 있다.
박 대통령 입장에선 외교안보 리더십 성과를 바탕으로 경제 문제에 매진할 수 있는 호기를 놓친 셈이 됐다. 그간 북핵 대응과 방미 성과로 오름세로 바뀌었던 국정 수행 지지도 다시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의 주요 국정 과제인 '4대악(성폭력 등) 척결' 에 '청와대의 입'이 연루된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만에 하나 야당이 주장하는 윤 전 대변인 귀국 과정에서의 청와대 묵인ㆍ방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그 파장은 가늠하기 조차 어렵다. 미국의 수사 결과에 따라 정국이 격랑에 휩싸일 수도 있다.
민주당 등 야권의 대여 공세가 한층 거세지면서 정치권이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질 수도 있다. 민주당은 당장 국회 청문회를 통한 진상 규명과 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며 청와대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새 지도부 진용을 갖춘 민주당으로선 이번 사건을 청와대와의 차별화를 위한 소재로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역시 정확한 진상 규명을 천명한 만큼 향후 당청 관계도 주목된다. 비록 새누리당이 '선(先) 조사 후(後) 책임'에 방점을 찍고 있긴 하지만 소속 의원들의 잇따른 성 추문 홍역을 겪었던 만큼 적어도 이 사건에 대해선 청와대와 선 긋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미국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윤 전 대변인의 신병 인도 문제 등을 놓고 외교적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기도 어렵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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