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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시효 끝난다고 죄 없어지나? 피해자 외면한 행정편의적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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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시효 끝난다고 죄 없어지나? 피해자 외면한 행정편의적 제도"

입력
2013.05.10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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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몽타주'는 여아 유괴사건의 15년 공소시효가 만료된 후 똑 같은 수법의 범죄가 발생한다는 내용의 스릴러물이다. 탄탄한 이야기 구조를 가진 이 영화는 신인 정근섭(43) 감독의 데뷔작이다. 그의 필모그래피는 단출하다. 1998년 '까'의 조감독과 단역, 2000년 '공포택시'의 조연출, 2001년의 '달마야 놀자' 조연출이 전부다. 그 이후 10여 년의 시간이 공백이다.

"달마가 끝난 뒤 참여했던 작은 영화들이 중간에 엎어졌다. 직접 연출을 하려고 시나리오를 준비했고, 우여곡절을 겪으며 5년을 보냈지만 결국 투자를 받지 못했다. 당시 심한 좌절로 회의도 많이 들었고, 영화를 권유했던 아버님도 그 때 돌아가셔 시련이 깊었다. 아버님 병간호를 할 때 새로 쓰기 시작했던 시나리오가 이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너무 힘든 시기였지만 거기서 '몽타주'의 씨앗이 자랐다."

시나리오가 완성되자 배우 김상경이 먼저 찾아왔다고 한다. "제작사 대표가 김상경이 잘 봤다고 연락이 왔는데 어떠냐 묻길래 대단히 감사하게 받겠다고 했다. 김상경 캐스팅됐다는 이야기에 투자사에서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였다."

늦깎이 신인 감독의 영화 촬영은 쉽지 않았다. 특히 용산역 장면은 머리에 쥐가 날 정도였다고 한다. "코레일에 협조를 구했지만 마냥 기다리라고만 하더라고요. 결국 부산영상위의 도움으로 대신 부산역에서 촬영을 하기로 했다. 달랑 4일 안에 찍어야 했고, 수백명의 엑스트라를 동원하는 장면을 역을 이용하는 승객들과 계속 들락거리는 다른 열차들을 피해서 촬영 하기가 쉽지 않았다."

영화는 15년 전과 현재를 교차 편집하며 극의 긴장감을 높인다. 정 감독은 "이전 시나리오는 각자 다른 시간대에 사는 3명의 이야기를 구조적인 반전 등으로 엮어내는 시간에 대한 이야기였다"며 "그 욕심이 있어 15년 전과 현재의 시간에 구조적인 기법을 넣게 됐다"고 말했다. "하경(엄정화 분)의 캐릭터가 봄이 엄마를 통해 이어지듯 그렇게 연상 유추하는 재미가 분명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영화는 공소시효가 끝나 범인이 죗값을 치렀다는 데에 분노한다. 그는 "3년 전 공소시효 문제가 화제가 됐을 때 내 상식으로 이해하기 힘들었다"며 "피해자의 감정은 전혀 배려하지 않은 너무 행정편의적인 생각 같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화는 나중에 범인에게 유괴를 한 이유를 말하게 함으로써 자칫 범죄에 당위성을 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다. "시나리오 때부터 가장 많은 지적을 받은 부분이다. 왜 자꾸 악인에게 면죄부를 주려느냐고. 현실적으로 절대악이란 게 와 닿지 않았다. 절대 악한 사람은 쉽게 접할 수 없지만 파렴치한 사건은 꾸준히 주변에서 일어난다. 그 악인을 이해하고 싶었다. 또 유괴를 단순히 돈 때문만이라고 이유를 달기엔 부족해 사연을 넣게 됐다. '몽타주'의 범인은 철저히 이기적인 인간이다. 그래서 누구보다 더 악한 사람이다. 아무 죄책감 없는 사이코패스 악인보다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악인이 더 악한 존재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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