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리듬·불협화음 발레음악 관객 항의·난투극에 경찰 출동초연 이후 안무작품 150편 이제는 고전으로 자리 잡아올해 니진스키 안무 복원 공연 카스텔루치 버전 올여름 초연국내에선 춤 없이 콘서트로
오는 29일은 음악사상 최대 스캔들을 일으켰던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이 초연된 지 꼭 100년이 되는 날이다. 초연 현장인 1913년 프랑스 파리의 샹젤리제 극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스트라빈스키 자신의 회고에 따르면 첫 음이 울리자마자 비웃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집어치우라는 야유와 조용히 하라는 항의가 뒤섞여 욕설과 고함이 난무하다가 관객들끼리 난투극까지 벌어지자 경찰이 출동해 극렬 난동꾼 40여명을 극장 밖으로 끌어내고 공연을 했다.
그 자리에 있었던 영국 시인 사순이 남긴 시에서 당시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나는 미쳐 버렸다 / 질서가 광기에 무너지고 있었다 / 지휘자에게 린치를 가하라! / 드럼의 목을 잘라라! / 금관악기를 도륙내라! / 현악기를 피에 적셔라! / 플루트의 목을 졸라라! / 스트라빈스키의 봄이 / 성스러운 봄의 무자비한 영화와 고통을 거느리며 도래하나니"
'봄의 제전'은 발레음악이다. 세기의 흥행사 디아길레프가 이끌던 러시아 발레단 '발레 뤼스'를 위해 작곡됐고, 발레의 전설로 남은 니진스키의 안무, 피에르 몽퇴의 지휘로 초연됐다. 1부 '대지 예찬', 2부 '희생'으로 이뤄진 이 작품은 봄의 생명력을 깨우기 위해 살아있는 처녀를 희생 제물로 바치는 이야기다. 선택된 처녀는 쓰러져 죽을 때까지 춤을 춘다.
지금은 고전으로 자리잡았지만, 당시에는 야만스런 광란으로 보였다. 격동하는 원시적 리듬과 낯선 불협화음, 우아한 발레 동작을 버리고 거친 에너지로 꽉 채운 춤을 견디기 힘들었던 것이다. 초연 때 벌어진 난동에도 불구하고 디아길레프는 바로 재공연을 강행했고, 이번에는 환호와 열광으로 끝났다.
초연 100주년을 맞아 전세계에서 '봄의 제전' 공연이 줄을 잇고 있다. 주요 오케스트라마다 이 곡을 연주하는 것 외에 춤 무대도 많다. '봄의 제전'이 일으킨 혁명은 춤에도 강력한 영향을 미쳐 수많은 안무가들이 재해석에 도전해 왔다. 악보 출판사 부지 앤 호크의 추산에 따르면 이 곡으로 안무한 작품이 초연 이후 지금까지 150편이 넘는다.
올해 춤으로 만나는 '봄의 제전'에는 니진스키가 안무한 원작의 복원 공연과, 전위적인 무대로 유명한 이탈리아 연출가 로메오 카스텔루치의 신작이 포함돼 있다. 1987년 수년 간의 조사와 연구 끝에 니진스키 원작을 복원한 미국 조프리발레단은 올해 3월 이 작품으로 순회 공연을 했다. 발레 뤼스의 후예인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도 100년 전 초연 현장인 샹젤리제 극장에 니진스키 원작으로 돌아온다. 카스텔루치의 '봄의 제전'올 여름 맨체스터 예술축제에서 초연될 예정이다. 버려진 기차역 창고에서 공연할 이 작품은 무용수와 배우 없이 전자음향과 오케스트라 연주로 진행되는 '뼛가루의 춤'이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허공에 뿌린 뼛가루가 날리면서 그려내는 궤적과 설치미술을 결합한 작품이라고 한다.
한국에서 올해 '봄의 제전'은 춤이 아닌 음악으로 무대에 오른다. 지난달 뮌헨필 내한공연에서 로린 마젤이 이 곡을 지휘한 데 이어 11월에 2개의 콘서트가 있다. 11월 11, 12일 베를린필 내한공연에서 사이먼 래틀의 지휘로, 29일 서울시향 연주회에서 카릴 카라비츠의 지휘로 들을 수 있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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