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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실로 좌천된 형사, 어느날 딸이 가출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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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실로 좌천된 형사, 어느날 딸이 가출하고

입력
2013.05.10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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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인간 내면 속 선과 악갈등구조에 온전히 드러나

세상사의 이면과 인간 내면에 잠복한 어두운 욕망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추리소설이라는 장르문학은 차갑게 완성된다. 12년 동안 신문기자로 살다가 (1991년)으로 산토리 미스터리 대상 가작을 수상한 뒤 작가로 전업한 요코하마 히데오는 그런 추리문학의 정수를 선보이며 독자들을 매혹해왔다. 등의 작품으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포함한 자국인은 물론 국내에도 폭넓은 독자를 확보한 그가 10년 만에 내놓은 이 소설에는 작가의 기량이 온전히 담겨 있다.

평범한 인간 내면에 저마다 도사리고 있는 선과 악의 만다라를 그려내기 위해 작가는 첫 장부터 갈등의 수라장으로 주인공을 내몬다. 마흔 다섯의 나이에 D현 경찰청 홍보실 담당관으로 사실상 좌천된 수사2과 형사 출신 미카미는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방에 틀어박혀 지내던 딸 아유미의 가출로 번뇌에 휩싸인다. 엄마의 미모 대신 자신의 못난 외모를 닮은 탓에 '추형장애'라는 마음의 병을 앓다가 끝내 성형수술을 하겠다고 나선 딸에게 손찌검을 한 죄책감에 사로잡힌 그는 조직 내에서도 정체성을 강요당하며 날카로운 기자들의 공세를 막아내야 하는 사면초가 신세다.

'제한 없이 정보를 빼내려는 언론과 조직에 유리한 기사만을 내보내려는 경찰 서로 다른 입장에 선 정략적인 관계일지라도 서로를 마주하는 순간, 그 짧은 찰나에도 한 줌의 믿음을 가지고 다가간다면 양측이 허용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는 그의 믿음은 조직이 시시때때로 가해오는 압력과 구성원간 이전투구, 특종에 목마른 기자들 앞에서 힘없이 무너진다. 가출한 딸의 행방을 찾아주는 대가로 그에게 한때 자신이 속했던 형사부를 배신할 것을 종용한다.

이 가운데 신임 경찰청장이 쇼와 64년(1989년) D현에서 유괴된 소녀가 시신으로 발견된 뒤 미제로 남아 '64'로 불리는 사건의 피해자 부모를 방문하기로 하면서 주인공은 소용돌이의 한 복판으로 걸어 들어간다. 형사부가 범인이 건 전화의 육성 녹음에 실패한 사실을 은폐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경찰청장의 방문 당일 14년 전과 동일한 수법으로 유괴 사건이 발생하면서 숨겨진 진실들이 하나씩 제자리를 찾아간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때론 씁쓸하고 때론 어두운 진실과 대면하며 자기 안에 감춰진 궁극적인 선과 조우하는 인간의 영혼을 날카롭게 포착해냈다. 700쪽에 이르는 장대한 분량이지만 한번 잡으면 좀처럼 손에서 떼지 못하고 마지막 장을 읽게 하는 힘이 결코 간단치 않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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