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과 필리핀의 중간 해역에서 조업하던 대만 어민이 필리핀 정부 공무선의 총격을 받아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중국과 대만이 한 목소리로 강력 항의했다. 필리핀은 그러나 대만 어선이 필리핀 해역을 침범한 것이라며 사과를 거부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9일 오전 9시45분 대만 남단에서 남동쪽으로 300㎞ 떨어진 바다에서 대만 선적 광다싱(光大興)28호가 필리핀 공무선의 총격을 받아 배 위에서 작업 중이던 대만 어민 훙스청(洪石成ㆍ65)씨가 숨졌다.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이 10일 필리핀 정부의 정식 사과와 철저한 수사, 적절한 배상 등을 요구한 뒤 "이 사건을 끝까지 추궁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대만 내 여론이 크게 악화하고 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대만 동포에게 총격을 가한 필리핀의 야만적 행위를 강력 규탄한다"며 "필리핀은 철저한 조사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중국신문망(中國新聞網)은 사격을 가한 선박이 필리핀 정부의 공무선 MCS3001로, 당시 배 위에는 필리핀 어업수산자원부와 해안경비대 소속 대원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필리핀은 그러나 이 사건은 광다싱28호가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인 루손섬 북쪽 발린탕 해협을 침범한 뒤 불법적으로 조업해 이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AFP통신은 필리핀 해안경비대가 "사건이 일어난 곳은 필리핀 해역이며 불법 조업을 막기 위해 사격을 했다"며 사과를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아먼드 바릴로 해안경비대 대변인은 "당시 대만 선박이 해안경비대 공무선의 선체를 들이받아 선상 설비를 향해 사격했을 뿐 어민을 향해 발포한 건 아니다"며 "정당한 법 집행을 한 것이므로 (대만 어부의 사망에) 동정을 표할 순 있지만 사과할 순 없다"고 말했다.
중국신문망은 바이시리 주(駐)대만 필리핀 대표가 "뜻밖의 비극이 벌어져 유감"이라며 "유가족을 향해 심심한 애도의 뜻을 밝히면서 이 사건이 필리핀과 대만의 우의를 훼손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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