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산업재해 피해가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어제 충남 당진 현대제철에서 아르곤 가스에 질식해 숨진 인부 5명은 하청업체 노동자들이었다. 이들은 전로(轉爐)안에서 보수작업을 하던 중 가스가 누출돼 변을 당했다. 지난 3월에는 국내 최대 석유화학단지인 전남 여수 대림산업 화학공장 폭발사고로 하청업체 노동자 17명이 숨지거나 부상했다.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공장에서 지난 1월과 5월 발생한 불산 가스 누출사고로 사상한 7명도 하청업체 노동자였다.
대기업들이 유해하고 험한 작업을 하청업체에 넘기는 게 관행화 되면서 빚어지는 현상이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를 덜고 사고 발생시 책임을 회피할 수 있어 '위험의 하도급화'를 선호하게 된다. 문제는 이런 외주화가 안전관리를 소홀히 해 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대부분 안전교육을 받지 않고 유해물질에 대한 정보도 제공받지 못한 채 위험한 작업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
원청업체인 대기업들은 사고가 발생하면 하청업체에 책임을 떠넘기는 게 일상화돼 있다. 현대제철소 측은 현장 노동자들이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사고가 났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전고용노동청은 전로 보수가 위험성이 높은 작업이기 때문에 원청업체의 안전관리 책임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대림산업 공장 폭발사고 때도 회사측은 사고가 난 저장탑 공사를 맡은 하청업체에 책임을 떠넘겼으나 결국 원청업체인 대림산업에도 책임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원청업체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도 안전불감증을 낳고 있다. 2008년 이천 냉동창고 사고로 40명의 건설 노동자가 숨졌지만 사업주에게는 벌금 2,000만원만 부과됐을 뿐이다. 2011년 이마트 탄현점에서 냉동창고 사고로 하청업체 노동자 4명이 질식사했지만 이마트 쪽은 벌금 수백만 원만 물었다. 하청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숨져도 원청 사업주들은 가벼운 처벌을 받으니 안전에 무감각해질 수밖에 없다. 중대한 사고에 대해서는 원청업체에게도 실질적 책임을 지우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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