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방미 일정 중 만난 댄 애커슨 GM 회장의 통상임금 문제 해결 요청에 공감을 표시하자 노동계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가 사법부의 판결을 거스르면서까지 업계의 이해를 대변하려 한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9일 논평을 내고 '대단히 부적절하고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한국GM을 비롯한 60여개 노조가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대법원 판결에 따른 것"이라며 "대통령이 GM 회장의 문제제기에 공감한 것이라면 사법부의 판단을 거스르겠다는 것으로 매우 위험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이 소송은 그 동안 사용자들이 부당하게 지급하지 않은 임금을 제대로 돌려받자는 것"이라며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이라면)이는 외국대기업의 투자축소 위협에 굴복해 스스로 공언한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라는 시대적 과제에 역행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노총도 박 대통령의 발언에 유감을 표시했다. 한국노총은 10일 성명을 내고 "대통령의 통상임금 발언은 자칫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사법권에 대한 침해로 비화될 수 있다"며 "대통령이 정작 지적해야 할 것은 당연히 지급해야 할 임금에 불필요한 소송을 통해 사회적 비용을 낭비하면서 신규투자와 일 자리 창출에 나몰라라 하는 기업"이라고 밝혔다.
통상임금은 초과근무를 비롯한 각종 수당의 산정기준이 되는 것으로 지금까지 기업들은 통상임금 산정 때 정기상여금이나 보너스를 포함하지 않았으나 최근 법원이 이를 포함해야 한다는 판결을 잇따라 내리면서 노사문제의 최대쟁점으로 떠올랐다. 넓게 인정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각종 수당을 재산정해 받겠다는 소송이 줄을 잇자 업계는 "비용부담이 너무 크다"고 반발해왔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할지에 대해 이르면 다음달부터 노사정이 논의를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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