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행(醜行)의 사전적 의미는 '더럽고 지저분한 행동'이다. 한자 뜻을 그대로 옮긴 풀이로, 지켜보는 사람에게 불쾌감이나 혐오감을 던지는 모든 비정상적 행동을 가리킨다. 그러나 실제 언어생활에서 '추행'은 성적 행동에 한정해서 쓰인다. 형법이 '강간과 추행의 죄'(32장)에 '강제추행죄'(298조) 등을 규정했고, 관련 사건도 잦아서 법률용어가 많이 일상어화한 셈이다. 그래도 국민의 언어감각이 못미더워 아예 '성추행'이라고 쓰는 언론보도도 많다.
▲ 대법원은 추행을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 도덕 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2002년 4월26일)이라고 정의했다. 이만하면 추행 자체가 범죄다. 그런데도 형법은 폭행이나 협박을 동원한 '강제추행',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준강제추행'등이 아닌 '단순추행'의 죄는 두지 않았다. 혼잡 공간과 술 자리의 '슬쩍 추행'은 적어도 형법상 범죄는 아니다.
▲ 물론 단순추행에 대한 법적 규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하철을 비롯한 공중 밀집 장소를 무대로 한 치한의 추행은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에 따른 형사처벌 대상이다. 또한 직장이나 학교 구성원 사이에서 흔히 일어나는 술자리 추행도 직접적 형사처벌의 대상은 아니지만, 남녀고용평등법과 남녀차별금지법의 '성희롱' 방지 규정에 따라 해임 등 징계 사유가 된다. 직장인에게 안정된 일자리가 얼마나 큰 의미인지를 생각하면, 실제 무게는 형사처벌 못지않다.
▲ 한편으로 육체적 성희롱, 즉 추행 주장이 허위일 경우에도 이를 밝히기가 쉽지 않고, 천신만고 끝에 밝히더라도 조직 내의 평판 실추는 회복 불능이다. 그런 우려 때문에 여학생이 연구실 문을 두드리면 우선 문부터 활짝 열어놓는다는 대학교수 친구들도 많다. 스스로의 술버릇을 점검해 두는 것도 범죄 유혹과 무고 위험에 대처하는 길이다. 윤창중씨의 행동이 성희롱이든, 강제추행이든, 강간미수든, 필부의 수준에도 못 미친 청와대 고위공직자의 절제심이 참 딱하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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