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이 박근혜 대통령 방미 수행 중 성추행 사건으로 전격 경질됐다. 대통령의 말을 전하는 고위인사가 어처구니 없는 처신으로 한 순간에 대한민국의 품위에 먹칠을 했다. 여성 대통령을 수행한 대변인이 저지른 성추행이기에 충격과 파장이 한층 더 하다. 박 대통령이 심혈을 기울였고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첫 방미 정상외교도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국가 이미지는 또 얼마나 실추될지 부끄럽고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현지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상황이어서 사건 실체가 드러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알려진 내용만으로도 입을 다물 수 없다. 그는 7일 밤 박 대통령이 한미동맹 60주년 기념만찬을 진행 중이던 시간에 인턴직원을 다른 호텔로 불러내 술자리를 함께 하다가 일을 저질렀다. 성추행도 문제지만 대통령 주재 행사에 배석해야 할 대변인으로서 중대한 업무태만이다. 개인의 자질 문제를 넘어 대통령 방미 수행단의 기강해이를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윤씨의 귀국 과정과 청와대의 현지 대응에도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할 기미를 보이자 청와대 대변인 신분으로 호텔 숙소에 가방과 옷가지 등을 그대로 놔 둔 채 도망치듯 항공편을 잡아 귀국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청와대나 주미대사관이 개입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향후 한미간 외교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는 한 점 의혹도 없이 진상을 밝히고 미국 경찰의 조사에도 협조해야 할 것이다.
박 대통령이 당선 후 첫 인사로 윤씨를 당선인 대변인 겸 인수위 수석대변인으로 발탁했을 때 그의 자질과 과거 언행에 대해 야당과 언론으로부터 숱한 지적이 있었다. 인수위 시절 윤씨는'밀봉인사 쇼' 등의 기행으로 빈축을 사기도 했지만, 박 대통령은 개의치 않고 그를 청와대 대변인으로 기용했다. 박 대통령의 고집과 불통인사가 결국 발등을 찍은 셈이다. 박 대통령은 이번 사태의 교훈을 뼈에 새기는 한편 진상이 밝혀지는 대로 책임소재를 가려 엄중문책하고 대국민 사과 등 필요한 조치를 신속하게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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