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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고 싶은 책] 한글세대를 위한 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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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고 싶은 책] 한글세대를 위한 불교

입력
2013.05.10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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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갔다 온 뒤 학교 전공에 마음 붙이지 못하고 다른 학과 과목을 기웃기웃 하던 시절 이 책을 처음 만났다. 한 불교철학 수업의 부교재 정도로 소개 받았는데 어찌나 재미있던지 냉큼 읽고, 수업을 들으며 다시 책에 줄을 그어 가며 다시 봤던 기억이 새롭다.

불교를 소개하는 책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전문서적은 말할 것도 없고 대중을 위한 책들도 숱하다. 이 책은 불교 전반을 소개한 개론서라서 재미로 따지면 처럼 불교를 다룬 소설이나, 데즈카 오사무의 같은 만화에는 뒤질는지 모른다. 하지만 불교 전반을 알고자 하는 약간의 지식 욕구가 발동한 사람은 저자의 문장력과 역자의 소문난 글솜씨까지 더해진 이 책에서 대단한 매력을 발견할 것임에 틀림없다.

영국의 유명한 중국학자 아서 웨일리가 이 책의 서문에 썼고 역자도 말하는 것처럼 '콘즈의 책만큼 불교에 대해 포괄적이면서도 쉽고 읽을 만한 것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이 그 같은 평가를 받는 것은 독일에서 나고 자랐으나 나치를 피해 영국으로 간 콘즈가 불교문화권 밖에서 불교를 연구했기 때문인지 모른다. 서양철학이나 기독교의 사상, 전통과 비교해 가며 불교 사상과 역사에 접근해 가는 콘즈의 방식은 불교를 더없이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콘즈는 철학적으로 불교를 이렇게 규정했다. '심리학적 성향을 지닌 변증법적 실용주의'. 실용주의라는 것은 불교의 가르침이 시종일관 실천적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며, 심리학적이라는 것은 그 실천의 방법이 명상을 통한 마음수련이라는 의미다. 변증법이라는 것은 불교사상가들이 한결같이 '어떤 것에 대해 올바르게 그리고 깊이 생각해 보면 반드시 어느 만큼 상대편을 부정'하게 된다며 '역설과 모순을 사랑했다'는 것을 일컫는다. 과문하지만 읽기 쉬우면서도 객관적이고 짜임새 있게 불교에 대한 이해를 돕기로는 이만한 책이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을 오랜만에 책장에서 꺼내 들고 한두 가지 일로 마음이 아쉬웠다. 1990년에 이 책을 번역 출간한 세계사는 2005년에 표지를 바꿔 개정판을 냈다. 그러나 드문드문 사 가는 사람이 있는 정도여서 출판사가 재고를 소진한 뒤 더는 인쇄를 안 하고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같은 데서 찾아 보면 품절상태다.

사람들이 이 책을 별로 찾지 않는다거나 여전히 판권을 갖고 있으면서도 출판사가 더 인쇄하지 않는 것보다 더 아쉬운 것은 세계사라는 출판사의 변신이다. 문학과지성사, 창비 시집에 뒤지지 않는 '세계사 시인선'을 냈고, 작가 한 사람을 집중 조명하는 라는 문학계간지로 주목 받았던 이 출판사는 경영이 2세로 넘어간 뒤 경제경영서도 내는, 말하자면 종합출판사로 바뀌었다. 그리고 지금은 "좋은 책을 골라 한 해에 서너 권 정도" 낸다고 한다. 지난해 베스트셀러였던 같은 책을 내는데 관심을 둔다는 말인 것 같다.

또 한 가지 서글픈 경험은 내가 가진 1990년 3판(책에는 초판이 나오고 두 달만에 2판, 세 달만에 3판을 냈다는 서지정보가 남아 있는데 2쇄, 3쇄의 잘못인 듯하다)의 표지 포장과 관련된 것이다. 때 타지 말라고 당시 서점들은 책에 투명한 비닐 커버를 서비스로 씌어주었다. 그 커버를 책에 고정시키려고 사용한 접착테이프에 서점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남아 있었다. 'CPAㆍ司試ㆍ考試 광장서적 TEL.889-4686'. 이해찬 전 총리가 첫 주인으로 고시 수험서와 사회과학책을 주로 팔았던 이 서점은 알다시피 지난 1월 부도가 나 문을 닫았다. 그 자리는 문구점과 음식점으로 바뀌었다. 제행무상(諸行無常)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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