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의 멘토'로 인기를 얻은 베스트셀러 작가 김미경(48), 이외수(66)씨의 책이 출판시장에서 된서리를 맞고 있다. 출판시장의 구세주처럼 여겨지던 이들이 지난 3월 각각 논문 짜깁기 논란과 혼외아들과 법정공방에 휘말린 이후부터다.
저자들이 구설에 오르는 경우는 드물지 않지만 그 때문에 책 판매가 급감하는 경우가 일반적인 건 아니다. 나쁜 소문이 인구에 회자돼 오히려 책 판매가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두 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로 삼아 인생에 관한 조언을 담은 책이라는 점에서 사정이 달랐다. 사회적으로 존경 받는 '멘토'의 도덕적 결함이 책의 진정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의심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시원스러운 입담의 스타강사 김미경씨 3월 초까지만 해도 (쌤앤파커스 발행)과 (21세기북스 발행)이 나란히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오르는 등 승승장구했다. 지금까지 은 23만부, 은 개정판까지 두차례 출간되어 모두 37만부 이상이 팔렸다. 김씨는 지난 1월 케이블 채널 tvN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토크쇼를 맡았고, 스타들만 출연한다는 MBC 예능 '무릎팍도사'에 나오며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다 최근 그의 이화여대 석사 논문 짜깁기 의혹이 보도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인터넷서점 예스24 집계에 따르면 1월 출간된 은 표절 논란 이후 판매량이 5월 첫주까지 80% 감소했고, 지난해 10월 재출간된 은 75%나 줄었다. 전국의 오프라인 서점 유통을 맡고 있는 한국출판협동조합 주간 전국 베스트셀러 종합 순위에서도 은 논란 직전 2위에서 한 주만에 15위로 추락했다. 교보문고와 인터파크의 집계에서도 눈에 띄게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외수씨의 경우도 해냄에서 지난해 말 출간한 사랑외전>과 2011년 말에 나온 가 각각 15만부가 팔리며 선전 중이었다. 하지만 최근 혼외아들의 양육비 소송이 보도되고 과거 대마초 흡연 사실까지 회자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예스24 관계자에 따르면 발행된 시일이 좀 지나 상대적 타격은 적으나 혼외자녀 양육비 소송이 알려진 뒤로 지금까지 두 책의 각각 판매량이 66%, 50% 하락했다.
이진숙 해냄출판사 편집장은 "성인 단행본은 출간 3개월까지 판매량이 늘다가 이후에는 주춤하는 편"이라며 "고정 독자층도 두터워 타격이 있으나 눈에 띄는 정도는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씨의 경우는 소설가로서의 명성보다는 트위터를 통해 입바른 소리를 하면서 젊은층의 지지를 크게 얻은 터라 앞으로 에세이집 판매 등에서는 큰 기대를 하기 어렵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자기계발서 분야 스테디셀러 도 2006년 당시 인기 방송인이던 SBS 정지영 아나운서의 대리번역이 문제가 된 적이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잠깐 판매가 주춤했을 뿐 지금까지 300만부 이상 팔리고 새 번역이 나오는 등 계속 읽히고 있다. 하지만 자기계발과 힐링 조류를 타고 인기를 얻던 두 작가의 최근작은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출판평론가 한미화씨는 "두 저자의 책은 사회적 멘토의 입장에서 자기 삶 속에서 이야기를 끌어낸 통찰을 담은 것들이라 독자들이 느끼는 배신감이 더 큰 것 같다"며 "인간적인 신뢰관계가 무너졌다는 데서 더 빨리 거품이 꺼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전문 분야가 있는 게 아니라 이들이 대중스타격으로 등극하면서 그 유명세가 책 판매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기 때문에 논란이 일자마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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