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없는(Incroyable: 프랑스어로 믿을 수 없다는 의미) 일이 벌어졌다."
빙판의 기적이 일어났다. 지난해 디펜딩 챔피언이자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러시아가 프랑스에 일격을 당했다.
세계 랭킹 14위의 프랑스는 10일(한국시간) 핀란드 헬싱키의 하트월 아레나에서 열린 2013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 톱 디비전 러시아(1위)와의 조별리그 B조 4차전에서 2-1(0-0 2-1 0-0)로 승리, 세계선수권 역사상 최고의 이변을 썼다.
IIHF는 홈페이지에서 프랑스의 러시아전 승리를 1980년 미국 레이크플래시드 동계올림픽에서 대학생으로 이뤄진 미국 대표팀이 세계 최강 소련을 꺾은 '빙판의 기적'에 비교했다.
러시아는 알렉스 오베츠킨(워싱턴 캐피털스), 파벨 댓축(디트로이트 레드윙스) 등 간판 스타들이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플레이오프 일정 탓에 합류하지 못했지만 프랑스와 비교하기 어려운 막강한 전력을 지니고 있다. 러시아는 프랑스전에 앞선 3경기에서 15골을 뽑아내는 등 막강 화력으로 3연승을 기록했고, 지난해부터 국제 대회 13연승 무패 행진을 달렸다. 이에 반해 선수들 대부분이 자국 리그 소속인 프랑스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러시아에 크게 뒤쳐졌다.
이날 승리의 주역은 수문장 플로리앙 하디였다. 하디는 2피리어드 6분42초에 상대 페널티 슛을 막아내는 등 눈부신 선방을 펼쳤다. 러시아는 슈팅수에서 29-19로 앞섰지만 하디의 철벽 방어를 뚫지 못했다. 대표팀의 유일한 NHL 리거인 안트완 루셀(댈러스 스타스)은 1-1로 맞선 2피리어드 16분 48초에 왼쪽 엔드라인 코너 부근에서 퍽을 몰고가 골리 다리 사이로 빠지는 감각적인 백핸드 결승골을 터트렸다.
프랑스 대표팀의 주장 빈센트 바슈는 경기 후 "내가 60세가 되었을 때 손주들에게 자랑스럽게 '할아버지가 대표팀 주장으로 러시아를 물리쳤다'고 말하고 싶다"며 감격스러움을 밝혔다. 이로서 프랑스는 2승2패(승점 6)로 5위로 올라섰다. 러시아는 3승1패(승점 9)로 1위를 유지했다.
16개국이 참가한 이번 대회는 2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 뒤 각 조 상위 4개 팀이 결선에 출전, 8강 토너먼트로 우승을 가린다. 각 조의 조별리그 최하위 2개 팀은 2014년에 디비전 1 A그룹으로 강등돼 한국과 세계선수권에서 격돌한다.
이번 대회는 A조에서 스위스가 스웨덴, 캐나다, 체코를 잇따라 물리치는 등 이변의 연속이다. 아이스하키 강국들과의 격차가 조금씩 줄어드는 것은 내년 디비전 1 A그룹에 참가하는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에게 분명 희망적인 부분이다.
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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