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의 횡포' 논란에 휩싸인 남양유업 때문에 다른 기업들까지 사태가 확산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소비자의 힘을 절감한 기업들은 관행이란 이름 아래 벌어지던 각종 행태 개선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남양유업 사태처럼 '갑을' 관계가 뚜렷한 유통기업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우선용어부터 바꿨다. 현대백화점은 9일 계약서에 사용하던 '갑'과 '을'이란 용어를 '백화점'과 '파트너사'로 바꿨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갑과 을은 통상 거래 계약서에서 계약 당사자를 일컫는 말이지만, 점차 지위가 우월하거나 열등함을 뜻하는 부정적인 의미로 변질된 게 사실"이라며 "10일부터 온ㆍ오프라인상에서 이뤄지는 모든 거래 계약에서 '갑', '을'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또 임직원들을 상대로 매달 온ㆍ오프라인에서 '올바른 비즈니스 예절' 강좌를 열기로 했다. 또 '절대 갑'으로 통하던 상품본부의 바이어 130여명은 협력사를 방문해 고충을 듣는 프로그램도 만들기로 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일찌감치 협력사와 관계 개선을 위해 계약서에 '갑'과 '을'이라는 용어 대신 문서 용도에 따라 '구매자와 공급자', '임대인과 임차인' 등으로 변경해 사용하고 있다.
또 다른 대형 유통업체 롯데마트는 협력사를 '갑'으로 내세우기까지 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는 항상 을입니다'라는 선포식을 가진 롯데마트는 각종 계약서에 협력업체를 '갑'으로, 자사를 '을'로 표기하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소비자들에게 더 나은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선 협력업체를 대우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고 말했다.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 앞서 지난달 29일부터 LG디스플레이는 생산ㆍ품질 분야 직원 500여명 등 협력사와 직접 접촉하는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동반성장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상생을 위한 제도나 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이를 수행하는 직원들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교육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한 임원이 항공기 승무원을 폭행해 홍역을 치른 포스코에너지는 아예 자숙 모드로 들어갔다. 전 임직원들에게 이달 말까지 사내 회식이나 개인적인 술자리 등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회사 방침에 임직원들도 대부분 수긍해 동참하고 있다. 오창관 사장 등 회사 간부 48명은 최근 서울 본사에 모여 '신뢰소통 윤리실천 선언식'을 하고 '겸손하고 바른 언행'에 앞장설 것을 다짐하기도 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고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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