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을 끄고 돌아가던 산림청 헬기가 추락해 기장 등 2명이 실종된 데 이어 수색에 나선 119 구조대원마저 숨졌다.
9일 오전 9시 38분쯤 경북 안동시 임하면 오대1리 임하댐에 산림청 안동산림항공관리소 소속 에릭슨 S-64E 에어크레인 초대형 헬기가 추락했다. 이 사고로 기장 박동희(58)씨와 부기장 진용기(48)씨가 실종됐고 헬기에 타고 있던 정비사 황영용(41)씨는 헬기에서 탈출, 수십m를 헤엄쳐 나오다 마침 인근을 지나던 수운관리사업소 직원에 의해 구조돼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이 헬기는 전날 밤 11시 45분께 경북 영덕 국유림에서 일어난 산불을 진화하고 안동으로 귀환하던 중 임하댐 수면 가까이에서 저공비행하며 물탱크를 청소하다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영주소방서 소속 119구조대원 박근배(42) 소방장이 임하댐 취수탑 부근 수심 27m 깊이에 추락한 헬기 동체 주변에서 실종된 기장과 부기장을 수색하다 오후 6시 20분쯤 숨졌다.
실종자 수중 수색작업은 이날 오전 11시 40분부터 4인1조 총 20명의 구조대원이 동원돼 이루어졌다. 박 소방장은 오후 6시 다른 동료 3명과 함께 수중으로 잠수했으나 규정상 정해진 20분이 지나도 수면으로 올라오지 않았다. 동료들이 박 소방장을 찾기 위해 다시 물 속으로 들어갔으나 물이 너무 탁해 찾지 못하다 40여분이 지난 오후 7시 4분쯤 박 소방장이 숨진 채 수면에 떠올라 동료 소방관들에 의해 발견됐다.
경북도소방본부 관계자는 "물 속에서는 별도의 통신 수단이 없고 임하댐 하층부는 물이 흐려 박 대원에게 문제가 생긴 것을 곧바로 알기 어려웠다"며 "실종 보고 후 구조소식을 기다렸는데 끝내 비보가 전해져 왔다"고 말했다.
박 소방장의 시신은 인근 안동병원으로 옮겨졌다. 유족으로는 부인 안미남(42)씨와 중학생 딸과 초등생 아들이 있다.
경찰은 헬기에서 탈출한 황씨를 상대로 정확한 사고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사고 헬기가 오전 9시 38분쯤 교신이 끊어졌는데도 안동산림항공관리소가 1시간이 지난 오전 10시 35분에야 119 구조를 요청한 데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수자원공사는 추락한 헬기에서 항공유가 새 나옴에 따라 사고 지점 부근에 오일펜스를 설치하고, 이날 오후부터 영천도수로 취수와 발전방류를 일시 중단했다. 포항 등지로 보내던 용수는 영천댐으로 전환, 용수 공급에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수색은 이날 오후 9시 20분쯤 중단됐고 10일 날이 밝는 대로 재개될 예정이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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