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실시되는 파키스탄 총선에서 승리가 유력한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가 “집권할 경우 미국 주도의 대 테러 전쟁에서 빠지겠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제1야당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 총재인 샤리프는 9일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 테러 전쟁 지속 여부에 대해 “파키스탄과 세계 평화를 위해 변화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샤리프는 앞서 4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미국 주도의 대테러 전쟁을 지지해온 파키스탄 정부가 입장을 바꿀 때가 됐다”고 밝혔다.
샤리프는 탈레반(TTP)과 알카에다에 대한 군사 작전을 중단할지 여부와 관련해 “이것은 세부 사항”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 “총과 폭탄이 더 이상 해법이 될 수 없으며 정치권에서 협력하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며 탈레반과의 정치 협상을 시사했다.
BBC는 샤리프의 발언이 2001년 9ㆍ11 테러를 계기로 미국이 주도해온 대 테러 전쟁에 동참한 서방 국가 지도자 사이에 우려를 낳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프간 탈레반을 통제하는데 파키스탄의 도움이 필요한 미국과 서방 국가들에게 새로운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반미ㆍ친이슬람 성향의 샤리프는 그 동안 미국을 공공연히 비난했으며 총리 시절인 1998년에는 미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강행했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파키스탄 총선 판세와 관련해 샤리프가 이끄는 PML이 가장 앞서 있으며 크리켓 국민스타 출신 임란 칸의 테흐리크-에-인사프(PTI)가 PML을 추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디펜던트는 친미 성향의 집권 파키스탄인민당(PPP)은 부패와 경제난으로 민심을 잃어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번 선거에는 하원 전체 의석 342석 중 여성과 소수종교 할당 의석을 제외한 272석을 놓고 8,000여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BBC는 파키스탄 총선이 순조롭게 치러질 경우 1947년 건국 이후 처음으로 민주적 절차에 따른 정권 교체를 이뤄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파키스탄은 지금까지 세 차례의 군부 쿠데타를 겪으면서 민주적 정권 교체를 실현하지 못했다.
한편, 유수프 라자 길라니 전 파키스탄 총리 아들인 알리 하이데르가 9일 선거 유세 중 무장 괴한들에게 납치됐다. PPP 소속의 하이데르는 총선에서 펀자브주 주의원 후보로 출마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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