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는 고객에게 지급할 보험금을 한 푼이라도 줄이고 싶다는 유혹을 뿌리치기 쉽지 않다. 지난해 보험민원 가운데 보험금 관련 갈등이 전체의 26%나 차지했을 정도다.
하지만 김모(61)씨 가족은 올 2월 생각지도 못한 보험금 9,400만원을 받아 들고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보험금의 원천은 2007년 혈액암으로 세상을 뜬 아내의 암 보험이었다. 2006년 10월 암을 진단받았을 당시, 진단비 2,000만원을 받았고 유족들은 그게 끝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아내의 암 보험은 2,000만원씩 5번 나눠 지급하는 상품이었다. 처음 지급된 2,000만원 외에 나머지 8,000만원과 후유장해보조금 등 총 9,400만원의 보험금이 지급되지 못한 채 지난 6년 간 잠들어 있었다. 유족의 청구가 없었기 때문이다.
NH농협생명 지급심사팀은 지난해 김씨 가족의 미수령 보험금을 확인하고 유족 수소문에 나섰다. 그러나 유족을 찾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연락처가 바뀌고 이사까지 해 연락할 길이 없었던 것. 하지만 담당자는 해당 상품 가입을 권유한 직원의 메일 주소를 알아냈고, 그 직원에게 메일을 보내 김씨를 찾아냈다. 박형란 NH농협생명 과장은 "가입을 권유한 분이 알고 보니 김씨의 친척이었다"며 "5,700여개에 달하는 농협의 전국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연락이 안 되는 상속인도 충분히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 포기하지 않고 계속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가족을 찾아 나선지 꼭 9개월 만이었다. 김씨는 "결혼을 앞둔 딸과 대학에 입학한 아들에게 아내가 준 선물이라고 생각한다"며 고마워 했다.
8일 금융감독원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NH농협생명은 미수령 보험금 찾아주기 캠페인을 통해 4월 말까지 총 2,001건에 대해 보험금 약 82억4,300만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김씨의 경우처럼 보험금 주인을 찾아주는 일이 쉽지 않다.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금감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사망자 주민등록전산정보를 제공받아 상속인을 대상, 집중적으로 보험금을 찾아가라고 안내한 결과 3만719건 가운데 고작 3,702건(12%)만 보험금을 찾아갔다. 안내를 해도 찾아가지 않거나, 연락조차 닿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갑자기 전화가 와 보험금을 받아가라고 하니 장난이나 사기일 거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박 과장은 "하루에 10~20통씩 전화를 돌리지만 통화가 성공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며"바쁘다고 전화를 끊어버리거나 보이스 피싱으로 오해할 땐 난감하다"고 말했다.
휴면보험금은 보험계약자가 보험료를 납입하지 않아 계약이 해지되거나, 계약이 만료된 후 2년이 지나도록 찾아가지 않아 법적으로 청구권이 없어진 보험금을 말한다. 혹시 휴면보험금이 있는지 궁금하다면 휴면계좌 통합조회사이트(sleepmoney.or.kr)에서 보험금, 예금 등을 조회할 수 있다. 사망자, 실종자 명의로 된 보험계약, 예금, 대출 등을 조회하려면 신청인이 직접 금융감독원 및 접수대행기관(17개 시중은행 본ㆍ지점, 삼성생명, 동양증권, 우체국)을 찾아가 조회를 신청하면 된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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