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내놓은 공동선언은 동맹 60주년을 맞이한 한미 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린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목하 최대 현안인 북한 문제를 풀어낼 해법이 양 정상의 만남을 통해 제시되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미동맹은 이번 선언을 계기로 명실상부한 가치동맹으로 거듭나게 됐다. 60년의 세월을 거치며 한미는 주고 받기만 하는 일방적 관계에서 국제적 현안을 놓고 협력하는 글로벌 파트너로 진화했다. 각자의 이익 추구가 서로에게 득이 되는 호혜적 관계로도 거듭나고 있다. 한미 양국 사이엔 안보에서 '아ㆍ태지역 평화와 안정의 린치핀(linchpin)'이 꽂혀 있고, 경제에선 발효 1년을 넘긴 자유무역협정(FTA)이 얽어 매고 있다. 2008년과 2009년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다져온 성과도 바탕이 됐다. 이런 거멀못들의 지탱 위에서 한미는 '글로벌파트너'라는 새로운 관계의 틀을 지어 올리기 시작했다.
양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기후변화 공동성명 채택, 해외봉사단 협력 모색 등 양국 협력의 단초를 마련해 둠으로써 외교적 수사에만 머물지 않겠다는 의지도 과시했다. 양국 경제교류에서 미지의 영역이었던 정보통신기술(ICT)분야를 위한 정책협의회를 신설키로 한 것도 의미가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선언은 한미 동맹이 양질 전환하는 변곡점으로 평가 받을 만 하다.
한미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당장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카드를 내놓지 않았다. 두 정상이 "북한 도발에 대해선 단호하고 강하게 대응하겠지만 대화의 문은 열어 두겠다"고 입을 모았지만 지극히 원론적이고 원칙적 수사에 머물렀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정상회담이 끝난 뒤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은 "북한이 책임 있는 (국제사회) 일원으로 변화한다면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북한이 위기를 조장하고 양보를 얻는 시절은 이미 끝났다"며 "북한이 약속과 의무를 지키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기 위한 능동적 로드맵을 제시하기 보다 "북한이 먼저 변하면…"이란 '선(先)북한변화론'에 양 정상 공히 머무른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관계의 전향적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란 일각의 관측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이 만족할 만한 구체적이고 진전된 입장 표명 나오지 않았다"며 "대화를 강조한 부분에 의미를 둬야 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다만 박 대통령이 자신의 대북 구상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오바마 대통령에게 설득시키고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일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로 평가 받을만하다.
워싱턴=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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