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는 피오르(fjord)의 나라다. 빙하의 침식으로 생긴 좁고 깊은 협곡의 바다 지형인 피오르가 노르웨이 해안 전체를 차지하고 있다. 그 피오르엔 빙하가 제 몸을 부숴가며 만든 치명적인 아름다움이 숨쉬고 있다.
노르웨이 피오르 관광의 관문인 베르겐을 출발해 2시간 열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뮈르달이다. 이곳에서 협곡의 기기묘묘한 풍광을 차창에 달고 달리는 플롬바나 관광열차를 바꿔 탔다. 변화무쌍한 산악지형의 날씨 탓인지 눈보라가 매섭게 몰아치다, 금세 파란 하늘이 드러난다. 산 정상에서 녹은 물줄기들이 길고 꼬불거리는 협공 아래로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치내린다. 열차가 구불구불 내려가는 곳곳에 예쁘고 아담한 마을들이 정말 그림처럼 평온하게 자리잡고 있다. 영화 같은 풍경이 지치지 않고 펼쳐지니 차창에서 눈을 떼기가 쉽지 않다. 정신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다 보니 어느덧 아울란드 피오르의 시작점인 플롬이다.
이제부턴 본격적인 피오르 투어다. 배에 올라 피오르의 수면을 내달렸다. 양 옆으론 깎아지른 벼랑이고, 물은 호수처럼 고요했다. 바람을 가르며 속도를 높이자 물보라가 뺨과 옷깃을 적신다. 옷에 튄 물방울을 찍어 코에 대보니 바닷물도 민물도 아닌 그 중간의 냄새가 난다. 노르웨이 사람들이 "피오르는 바다도 강도 아닌 피오르일 뿐이다"고 한 말이 떠올랐다.
땅의 한복판까지 깊숙이 침입한 바다. 땅의 속살과 깊은 바다가 어우러진 만남은 화려했다. 산자락의 푸름이 그대로 미끄러져 바닷물로 곤두박질 친다. 좌우의 깎아지른 벼랑에선 아름다운 폭포들이 떨어진다. 하나 둘 그 수를 세기가 지쳐 셈을 포기한다. 급경사로 깎인 땅이라 물은 한데 모여 제법 큰 물줄기의 강물을 만들기도 전, 바로 바다로 직행하는 것이리라. 지난 겨울의 눈이 녹고, 또 시퍼런 빙하가 녹은 물들이 바로 폭포가 돼 속절없이 바다로 낙하한다.
아울란드와 내로이 피오르가 만나는 지점에서 보트가 멈췄다. 엔진 소리가 멈춘 정적에서 조용히 피오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본다. 산자락이 이고 있는 하얀 설원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이 코끝을 간질인다. 만년설이 그 만년의 시간 켜켜이 쌓아놓았던 바람일 것이다.
깎아지른 벼랑과 흰 눈을 이고 있는 산자락, 호수처럼 명징한 바다, 시원한 폭포수, 그림 같은 집들이 어우러진 풍경의 절정. 피오르는 대자연의 일부가 아닌 그 자체로 응축된 대자연이다.
물에서 만나는 피오르의 감동을 뒤로하고, 이번엔 피오르의 협곡을 가로지르는 도로를 드라이브했다. 스타방예르로 향하는 길은 하당예르 피오르 물길과 나란히 달린다. 오다 지역을 들어섰다. 차 안의 승객들의 "와~" 탄성에 차가 급정거를 한다. 차창 밖 노르웨이의 위대한 자연이 만들어낸 피오르의 데칼코마니에 모두 넋을 잃는다.
여행 수첩
● 피오르(fjord)는 노르웨이어로 '내륙 깊이 들어온 만(灣)'을 뜻한다. 빙하가 깍아 만든 U자형 골짜기에 바닷물이 유입되어 형성된 좁고 길다란 만을 말한다. 가장 긴 송네 피오르는 길이가 204km, 깊은 곳의 수심은 1,300m에 달한다. 노르웨이의 피오르는 지류까지 포함하면 셀 수도 없이 많지만 송네, 하당예르, 예이랑예르, 뤼세, 노르 피오르를 대표적으로 꼽는다.
●오슬로나 베르겐까지의 직항이 없어 주변국을 경유해야 한다. 핀에어는 헬싱키를 경유하여 오슬로까지 가는 노선을 주 7회 운항한다. 대한항공이 이달 25일부터 6월 22일까지 매주 토요일 총5회에 걸쳐 인천-오슬로 구간 직항 전세기를 운항할 예정이다.
●노르웨이의 통화는 크로네(Krone)다. 호텔이나 백화점 등 대형시설에선 유로화도 통용된다. 1크로네는 한화 190원쯤 한다. 물가는 매우 비싼 편이다. 공공화장실을 한 번 이용하는데 10크로네를 달란다.
●자세한 최신정보는 노르웨이관광청 홈페이지(www.visitnorway.com)나 노르웨이 피오르드공식사이트(www.fjordnorway.com), 노르웨이 관광청 한국사무소(02-777-5943) 등을 통해 알아 볼 수 있다.
글ㆍ사진 고영권기자 young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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