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31ㆍ신시내티 레즈)의 시대가 왔다.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스즈키 이치로(40ㆍ뉴욕 양키스)가 아시아 열풍을 주도했다면 이제는 '한국산' 1번 타자가 메이저리그를 점령하고 있다.
추신수는 8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그레이트아메리칸볼파크에서 열린 2013 메이저리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홈 경기에서 1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4-4로 맞선 9회 끝내기 홈런을 터뜨렸다. 리그 최고의 마무리 중 한 명인 크레이그 킴브럴의 시속 154㎞짜리 낮은 직구를 걷어 올려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솔로 아치를 그렸다.
추신수는 3회에도 선발 크리스 메들런의 직구를 잡아 당겨 대포를 터뜨리는 등 시즌 6,7호 홈런을 기록했다. 시즌 첫 멀티 홈런이자 개인 통산 90번째 홈런. 더스티 베이커 감독은 현역 감독 2위에 해당하는 통산 1,600승을 달성한 뒤 "그 동안의 경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승리였다"고 했다.
올 시즌 추신수의 활약은 눈부시다. 이날 현재 규정 타석을 채운 팀 내 타자 가운데 타율(0.333) 홈런(7개) 안타(42개) 득점(27점) 부문 선두다. 여기에 2루타(9개ㆍ공동1위) 도루(3개) 몸에 맞는 공(11개) 출루율(0.465) 장타율(0.587) OPS(출루율+장타율ㆍ1.052)도 1위다. 무려 10개 부문에서 선두를 질주하며 팀 공격을 이끌고 있다. 타점(15개)은 4위, 볼넷(20개)은 2위다.
송재우 MBC SPORTS+ 해설위원은 "메이저리그 전체 30개 팀 1번 타자 중 세 손가락 안에 든다. (굳이 비교하자면) 류현진 보다 더 나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면서 "2005년 빅리그에 데뷔한 뒤 올해 최고의 시즌을 보낼 것이 분명하다. 앞으로 몇 년 간은 지금의 타격감이 계속될 것이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이치로와도 비교된다. 이치로는 시애틀 시절인 2001년~2010년 무려 10년 동안 200안타 이상을 기록했다. 타율도 모두 3할 이상이었고 이 기간 평균 38.3개의 도루를 성공했다. 특히 데뷔 시즌인 2001년 신인상과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를 동시에 수상한 데 이어 10년 연속 외야수 골드글러브를 거머쥐었다. 마흔 살이 된 올해엔 타율 2할7푼7리에 컨택트 능력이 눈에 띄게 줄었지만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위대한 1번 타자 중 한 명이다.
추신수와 이치로를 직접 비교하기는 힘들다. 스타일이 전혀 다른 타자다. 추신수는 이치로에 비해 정확성이 떨어지는 반면 중심 타자 못지 않은 장타력을 갖고 있다. 이치로가 한 번도 달성하지 못한 20(홈런)-20(도루)을 두 번이나 가입했다. 송 위원은 "20-20클럽을 넘어 30-30클럽을 달성할 수 있는 타자가 추신수"라고 했다. 그러면서 "누가 더 낫다고 평가하는 건 무의미 하다. 다만 지금은 추신수의 시대다"고 덧붙였다.
추신수의 또 다른 강점은 출루율이다. 이치로는 높은 타율만큼이나 출루율이 그리 높지는 않았다. 최고의 한 해를 보낸 2004년 타율은 3할7푼2리, 출루율은 4할1푼4리였다. 반면 추신수는 올 시즌 타율이 3할3푼3리인데 비해 출루율이 4할5푼5리다. 1할 이상 차이가 난다.
송 위원은 "이치로는 워낙 컨택트 능력이 좋아 나쁜 공도 안타로 만들어내는 능력이 뛰어났다. 볼넷 보다는 전형적으로 치고 나가는 스타일이다"며 "하지만 추신수는 볼을 기다릴 줄 알고 몸에 맞는 공 등으로 1루를 밟는다. 이치로에 비해 추신수 만이 갖고 있는 장점이다"고 말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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