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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임을 위한 행진곡' 퇴출은 편협·졸렬한 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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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임을 위한 행진곡' 퇴출은 편협·졸렬한 발상

입력
2013.05.0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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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5ㆍ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퇴출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반발이 커지고 있다. 5ㆍ18 관련단체들로 구성된 33주년 행사위원회는 어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퇴출 시도는 한국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정면에서 부정하는 것으로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지난 2일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5ㆍ18 기념식에서 부를 별도의 공식 기념노래 제정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물론 새누리당 의원들까지 나서 정부 방침을 비판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은 "5ㆍ18 기념식에서 오랫동안 불려왔던 노래를 왜 중단시켜 국론을 분열시키는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심재철 최고위원과 하태경 의원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강기정 민주당 의원은 그제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 노래를 직접 부르는 '시위'까지 했다.

1982년 만들어진 이 노래는 유족들의 추모제에서 불리다 2003년부터 정부 주관 기념식에서 제창됐다. 2004년 기념식 때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참석해 노래를 불렀으며, 당시 야당 대표였던 박근혜 대통령도 참석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이 노래를 지우려는 움직임이 줄곧 있어왔다. 2009년에는 노래제창이 식전행사로 밀렸고, 2010년의 30주년 기념식 때는 이에 반발해 5ㆍ18 단체들이 기념식을 따로 치르기도 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대다수 국민에게 5ㆍ18을 상징하는 노래가 된 지 오래다. 백기완 선생의 시를 소설가 황석영이 개사해 다듬은 이 노래는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먼저 죽은 이들을 추모하는 내용으로 서정적인 노랫말과 예술성이 뛰어난 곡이다. 프랑스의 국가 '라 마르세예즈'는 "놈(적)들의 더러운 피를 우리 들판에 물처럼 흐르게 하자"는 등 가사가 과격하지만 어떤 정권도 이를 바꾸려 하지 않았다. 정부가 새로운 5ㆍ18 기념곡을 만들겠다는 발상은 '건전가요'를 강제로 권장했던 유신시대를 떠오르게 한다. 쓸데없이 분란과 갈등만 일으키지 말고 새 노래 제정 방침을 접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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