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게 사업을 영위할 수 없어 발생하는 잠재적 영업손실을 보상해 주지 않기로 했다. 정부는 이 같은 의도가 담긴 '개성공단 실태 신고서'를 입주기업들에게 배부해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7일 입주기업들에 따르면 통일부는 지난 2일 123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 비공개로 '개성공단 실태 신고서'를 보냈다. 개성공단 실태 신고서는 입주기업들이 보상을 받기 위해 피해 현황을 신고하는 문서다.
문제는 여기에 입주기업들이 피해 보상 산정시 반드시 들어가기를 원하는 잠재적 영업손실 항목이 아예 들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입주기업들에 따르면 영업손실 항목 포함 여부에 따라 피해 보상 규모가 최소 3조원 이상 달라질 수 있다.
본보가 8페이지로 구성된 해당 신고서를 입수해 살펴본 결과 ▲투자 및 교역 ▲영업 및 거래처 관계 ▲국내 사업자 체납 현황 등 총10개 항목이 나열돼 있으나 기업의 영업손실 등 공단 중단으로 인한 잠정적 피해액을 묻는 항목은 들어있지 않았다. 오히려 통일부는'사실관계의 신속한 확인을 위해 관련 증빙서류는 필히 제출해달라'는 문구를 넣어 증빙서류로 증명할 수 없는 영업손실 부분은 피해보상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밝혔다. 통일부 관계자는 "증빙가능 여부를 피해보상 범위의 기준으로 삼았다"며 "영업손실 등 잠정 피해액은 주관적이라 신고서 항목에서 뺐다"고 말했다.
신고서를 받아 든 입주기업들은 발칵 뒤집혔다. 통일부 양식은 사업 중단으로 인한 생계 피해를 외면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개성공단에서 섬유업체를 운영한 A씨는 "남북 정부간 정치적 문제로 사업을 중단하게 됐는데 정부는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정부의 안이한 대응에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기계부품 업체 대표인 B씨도 "정부의 '50년 투자'약속만 믿고 남쪽 공장을 모두 처분한 채 개성에 들어갔다"며 "개성공장이 유일한 생계수단이었는데 정부는 '밥줄'을 끊어놓고도 피해보상을 못해주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류업체 대표인 C씨 역시 "영업손실을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만이라도 보상해 주면 좋겠다"며 "아예 영업손실 조사를 외면하는 정부의 태도에 더 화가 난다"고 밝혔다.
입주기업들의 비판에도 통일부는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수출입은행 등과 논의하는 과정에서 영업손실에 대한 피해보상 자체를 반대하는 의견이 나왔다"며 "입주기업들의 억울한 심정은 이해하지만 실체 없는 피해에 정부가 보상해주는 것은 문제인 만큼 현재 방침을 바꿀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통일부는 관계부처와 실업자 대책 등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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