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가 '1.8'때문에 뜨겁게 끓어 오르고 있다. '1.8'이란 정부가 8월 말까지 LTE용으로 나눠 줄 예정인 1.8㎓ 주파수를 말한다.
문제는 이 주파수를 누가 가져 가느냐에 따라 LTE 경쟁력이 달라진다. 업계에서는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까지 얘기한다. 통신업체들은 1.8㎓ 주파수 확보를 위한 각기 다른 주장을 내세우며 치열한 '1.8 전쟁'을 벌이고 있다.
1.8 전쟁의 핵심은 KT의 주파수 확보 여부다. KT는 1.8㎓ 주파수를 꼭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무조건 KT의 확보를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즉, 3사가 서로 차지하려는 것이 아니라, 주파수 확보를 원하는 KT와 이를 막으려는 경쟁업체들의 대립이다.
KT가 1.8㎓ 주파수를 간절히 원하는 이유는 광대역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광대역 서비스란 똑같은 주파수의 대역을 2배로 넓혀 현재 LTE보다 2배 빠른 150Mbps 속도로 무선인터넷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대역은 차선에 해당한다. 즉, 2차선 도로를 4차선으로 넓혀 많은 차들이 빨리 달릴 수 있게 하는 이치다.
현재 KT는 LTE용으로 900㎒와 1.8㎓ 주파수를 20㎒ 대역을 갖고 있는데, 이번에 정부에서 나눠주는 35㎒ 대역폭의 1.8㎓ 주파수를 받으면 1.8㎓ 주파수 대역이 총 55㎒로 늘어나 빠른 서비스가 가능하다. KT 관계자는 "900㎒ 주파수를 사용할 수 없어 1.8㎓ 주파수만 사용하는 상황에서 2개의 주파수를 활용하는 경쟁업체들보다 불리하다"며 "공정한 경쟁을 위해 이번에 1.8㎓ 주파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KT만 광대역 서비스를 하는 것은 정부가 특혜를 주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SK텔레콤은 800㎒와 1.8㎒, LG유플러스는 800㎒와 2.1㎓ 주파수를 LTE용으로 사용하고 있으나 이번에 정부에서 나눠주는 1.8㎓ 주파수와 붙어 있지 않아 광대역 서비스가 불가능하다.
광대역 서비스의 장점은 이용자들이 스마트폰을 바꾸지 않아도 LTE 속도가 2배 빨라진다는 점이다. 그만큼 LTE 분야에서 3위인 KT는 가입자들을 대거 끌어당겨 순위를 뒤집을 수도 있다. 이통사 관계자는 "KT가 광대역 서비스를 시작하면 가입자들이 몰릴 수 있다"며 "경쟁업체들이 이를 막으려면 막대한 휴대폰 보조금을 쓸 수 밖에 없어 다시 보조금 싸움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정부의 주파수 배분 방식에 달렸다. KT는 조건없이 1.8㎓ 주파수를 경매에 붙이라는 입장이다. KT 관계자는 "사활이 걸려 있으니 아무리 많은 비용이 들어도 1.8㎓ 주파수를 가져 가겠다"고 말했다.
경쟁업체들은 누구도 광대역 서비스를 당장 할 수 없도록 현재 구역의 1.8㎓ 주파수를 아예 경매에 내놓지 말라고 주장한다. 이통사 관계자는 "정부가 2016년에 현재 구역의 1.8㎓ 주파수와 기존 주파수를 회수해 재배치하면 이통 3사가 모두 광대역 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제 공은 통신 주파수 분배를 맡은 미래창조과학부로 넘어갔다. 미래부는 8월 말까지 주파수 분배를 마칠 예정이지만 방법과 일정은 아직 미정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6월 중 주파수 분배 계획 일정을 확정 지을 예정"이라며 "이때 경매 방식과 조건 등이 정해 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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