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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 여신 13조… 은행권 지원 놓고 진퇴양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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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 여신 13조… 은행권 지원 놓고 진퇴양난

입력
2013.05.07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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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그룹이 가뜩이나 실적 악화로 어려운 은행한테 회생을 지원하기도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외면하기도 힘든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금융권이 STX에 빌려준 돈이 13조원이 넘는 상황에서 계열사들에 대한 채권단 자율협약이 시행되면 추가로 은행들은 거액의 충당금까지 쌓아야 하는데다 회생할 때까지 연간 1조원이 넘는 신규지원까지 해줘야 할 처지다. 대신 회생을 외면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간다면 은행은 포기할 대출금보다 더 많은 보증금을 갚아야 하며 충당금도 천문학적으로 치솟는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STX그룹에 대한 금융권의 여신은 총 13조1,910억원에 이른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3조8,959억원으로 가장 많고 그 뒤를 수출입은행(2조2,762억원), 농협(2조2,399억원), 우리은행(1조5,334억원), 정책금융공사(1조1,346억원) 등이 잇고 있다. 이 밖에 신한, 외환은행 등 기타은행이 1조3,990억원, 비은행계가 7,120억원 규모다.

여신 형태별로는 대출이 5조2,895억원, 선박이나 공사 수주 등에 대한 보증이 7조1,305억원, 회사채 등 투자가 7,710억원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은행들은 STX그룹 때문에 대규모 충당금까지 적립해야 한다. 채권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채권단 자율협약에 들어간 기업에 대해 은행들이 쌓아야 할 충당금의 최소 적립비율은 7%. 은행권의 STX그룹 여신 규모를 감안할 때 최소 8,400억원은 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한다는 얘기다.

신규 자금지원을 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원자재 구매, 하도급대금 지급, 인건비 등 STX그룹 주요 계열사의 운영자금으로 필요한 돈은 올해만 1조원 이상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STX조선에 2,000억원의 운영자금이 들어간 데 이어, STX중공업과 STX엔진이 각각 1,500억원, 400억원을 운영자금으로 지원해 줄 것을 채권단에 요청한 상태다.

이처럼 막대한 자금을 퍼부어야 하기에 은행에 STX그룹은 애물단지와 같은 처지가 됐지만, 은행은 쉽사리 채권단 자율협약을 외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우선 보증액(7조1,305억원)이 대출액(5조2,895)보다 훨씬 크다. 만약 STX그룹이 회생하지 못해 선박 건조 등이 제대로 되지 못하면 은행들이 이 보증액을 대신 지급해야 한다.

채권단 자율협약에 합의하지 못하고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이번엔 충당금 문제가 불거진다. 자율협약에 들어간 기업에 대해선 여신액의 7%만 충당금으로 쌓으면 되지만 워크아웃 기업에 대해선 여신액의 20% 이상을 적립해야 한다. 자율협약 시 8,400억원 정도 쌓는 충당금이 2조4,000억원으로 불어나게 되는 것이다.

산은 관계자는 "여러 복잡한 상황이 얽혀 있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STX그룹을 지원하기로 큰 틀에서 합의는 한 상태"라며 "이르면 이번 주, 늦어도 다음주 초까지는 채권 은행들이 내부 회의를 거쳐 우리 측에 자율협약 동의 여부를 알려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여러 사정을 감안할 때 자율협약에 동의할 수밖에 없겠지만 지원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며 "1분기 실적도 반토막 날 정도로 저조한데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니 하반기 실적도 암울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8,000억원으로 작년 동기(3조3,000억원) 대비 44.9% 급락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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