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선 20발을 쏘고도 우승자를 가리지 못했다. 마지막 발이 끝나고 난 뒤 서든데스로 열린 경사(shoot-off)에서 연달아 2발의 총성이 울린 뒤 김장미(21ㆍ부산시청)가 비로소 환호성을 질렀다.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장미가 7일(한국시간) 새벽 미국 포트베닝에서 열린 2013 국제사격연맹(ISSF) 포트베닝 월드컵 사격대회 여자 10m 공기 권총에서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김장미는 결선 20발까지 199.6점으로 순치(중국)와 동점을 이룬 뒤 마지막 경사에서 9.6점을 쏴 9.1점을 기록한 순치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장미는 19번째 발까지 190점을 기록, 188.9점을 쏜 순치에 여유 있게 앞서며 우승을 눈앞에 뒀다. 그러나 마지막 발에서 9.6점을 쏘며 10.7점을 기록한 순치에게 동점을 허용하는 바람에 금메달을 결정짓기 위해 두 선수만이 실시한 1발 경사까지 가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러나 강심장인 김장미는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 마지막 한 발에서 금메달을 결정지었다.
올 시즌부터 결선에선 본선 점수를 포함하지 않고 제로 베이스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것으로 규정이 바뀐 뒤 김장미가 국내 선수로는 처음으로 국제대회 금메달을 따냈다. 김장미는 지난달 창원에서 열린 월드컵대회 10m 공기 권총에서는 본선에서 1위를 차지하고도 최종 결선에서 3위에 자리했다.
지난해까지 10m 공기 권총 결선에서는 본선 점수와 합산해 10발을 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결선 진출자 8명이 3발씩 2시리즈를 쏴 1명을 탈락시킨 뒤 다시 2발씩 7번을 쏘면서 차례차례 1명씩 떨어뜨리는 서바이벌 방식으로 경기를 진행해 최후의 승자를 가린다. 관중 입장에서는 흥미진진해 졌지만 선수들의 중압감은 훨씬 커졌다.
정범식 대한사격연맹부장은 "예전에 결선에서 10발을 쏘는 것에서 이젠 총 20발로 2배가 늘어나 집중력을 꾸준히 유지하기 쉽지 않다"며 "선수들이 1명씩 탈락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평정심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미의 경우 잘 쏘다가 마지막까지 쫓겼지만 강심장답게 끝까지 침착했다"면서 "바뀐 규정서 첫 금메달을 땄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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