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질한 백수들의 유쾌한 희망 찾기다.
'천사의 몫'이라는 뜻의 '앤젤스 셰어'는 술이 오크통에서 숙성되는 과정에서 그 분량의 2,3%가 자연 증발하는 것을 일컫는 용어다. 영화의 무대는 위스키의 고장 스코틀랜드다. 로비는 직업도 없이 사고만 치고 다니는 백수다. 폭행 사건에 연루된 그는 법원에서 사회봉사 300시간 명령을 받는다. 마침 여자친구가 출산을 하고 아빠가 된 로비는 아들이 자신과 같은 삶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결심한다. 아이를 안아 든 로비는 솜털 같은 무게지만 그 어떤 것보다 묵직하게 가슴을 눌러오는 존재감에 눈물을 흘리고, 완전히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 한다.
로비에겐 사회봉사 현장에서 만난 백수 친구들이 있다. 애완동물 가게에서 앵무새를 훔친 도둑질의 귀재 모, 술에 취해 상습적으로 조각상 등에 올라타는 라이노, 열차역에서 난동을 부리다 잡힌 무식하기 그지없는 알버트 등이다.
그 친구들과 우연히 애든버러의 위스키 시음회에 간 로비는 미처 몰랐던 예민한 후각과 미각의 능력을 발견하게 된다. 로비는 그곳에서 수십억을 호가하는 몰트 위스키 경매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친구들과 함께 인생 반전을 꿈꿀 프로젝트를 준비한다.
켄 로치 감독은 비전문 배우 캐스팅으로 유명하다. 이 영화의 주인공 로비 역의 폴 브래니건도 이 영화가 첫 연기다. 각본을 쓴 폴 래버티가 경찰관에게서 소개받았다는 그는 실제 로비처럼 어렸을 때부터 약물에 젖고 감옥을 전전했다. 영화와 같이 아들을 얻은 뒤 새로운 삶을 결심한 그에게 바로 로비의 역이 운명처럼 맡겨진 것이다. 깨알 같은 재미를 주는 알버트 역의 게리 메이틀랜드 또한 시청의 청소부를 하다가 감독의 부름을 받고 합류했다.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은 위스키다. 사회봉사센터 관리자이자 골칫덩이들에겐 천사와 같은 해리가 상심한 로비를 다독이며 내민 건 위스키 한 잔이다. 로비가 태어나 처음 마셔보는 위스키다. 로비 일행이 최고의 위스키를 품은 하이랜드의 증류저장고로 찾아가는 과정은 한 편의 로드무비를 보는 것 같다. 스코틀랜드의 매혹적인 산과 호수의 풍경을 배경으로 오크통 속의 위스키가 시간과 함께 익어가고 있다.
찌질한 청춘들에게 힘찬 응원을 보내는 '앤젤스 셰어'. 영화가 끝나고 나면 위스키 한잔이 간절해진다. 푸른 스코틀랜드의 자연을 머금은 그 한 모금, 좌절한 청춘들의 씁쓸함만큼이나 짙은 그 한 모금을 머금고 싶다. 2012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이다. 16일 개봉. 15세 이상.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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