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 라마 한 번 만나서 13조원을 손해 봤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만나는 데 감수해야 할 경제적 손실이 최소 80억파운드(약 13조6,000억원)에 이른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6일 보도했다. 지난해 캐머런 총리가 달라이 라마를 만난 것에 불쾌감을 느낀 중국이 올해 약속한 투자를 철회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중국이 지난해 영국에 투자한 돈은 80억파운드로, 2011년에 비해 다섯 배나 뛰었다. 이런 흐름에 따라 올해 투자 규모는 그 몇 배가 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최근 중국은 투자의 전제조건으로 양국의 강한 유대를 요구하며 영국을 압박하고 있다. 화춘잉(華春榮)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5일 “중국과 영국의 관계가 악화된 것은 캐머런 총리가 달라이 라마를 만났기 때문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며 “영국은 중국과 관계 정상화를 위해 빠른 시일 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영국의 사과를 촉구한 것이다. 중국은 지난해 5월 캐머런 총리와 달라이 라마가 런던에서 사적인 만남을 가진 뒤부터 이 같은 요구를 계속해왔지만 영국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중국은 교류를 차단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지난달 무역대표단을 이끌고 방중하려던 캐머런 총리는 중국 정부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 고위급 회담 주최에 난색을 표하면서 계획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영국 방문 계획도 무기한 연기됐다. 한 외교 소식통은 텔레그래프에 “지금으로선 아무도 캐머런 총리의 방중을 환영하지 않는다”며 “리커창 총리도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영국을 찾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티베트 문제에 침묵한 프랑스는 중국과 밀월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방중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8조6,000억원에 이르는 에어버스 60대 구매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올렸다. 당시 중국이 캐머런 총리를 의식해 프랑스와 돈독함을 과시한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텔레그래프는 중국의 투자가 취소될 경우 영국이 고속철도나 원자력 발전 같은 대규모 정부 사업을 추진하는 데 큰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기업 단체인 48그룹의 알리스테어 미치 이사회 부의장은 영국이 중국의 새로 바뀐 지도부와 친분을 맺기도 전에 미운털부터 박혔다고 우려했다. 그는 “중국의 새 지도부가 앞으로 10년 간 이어진다는 점에서 영국의 상황은 매우 좋지 않다”며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셈”이라고 말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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