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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스스한 19세기 초현실주의 장편시 음악으로 환생, 도발적·몽환적 무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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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스스한 19세기 초현실주의 장편시 음악으로 환생, 도발적·몽환적 무대로

입력
2013.05.07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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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희한한 밴드가 와서 즐거운 충격을 던질 모양이다. 11, 12일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영국 밴드 '타이거 릴리스(Tiger Lilies)'는 '일찍이 없었던, 너무 독보적이어서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밴드'라는 말을 듣는다.

이래저래 별난 3인조 컬트 밴드다. 노래하고 아코디언 연주하는 마틴 자크, 드럼 치고 타악기와 장난감을 연주하는 아드리안 휴즈, 더블베이스와 톱을 연주하고 노래도 부르는 아드리안 스타우트. 리더인 자크는 대학 입학 1년 만에 퇴학 당한 뒤 런던 외곽 사창가에서 7년간 매춘부, 포주, 마약중독자들과 어울려 살았다. 당시 스트립쇼 극장에서 일하며 독학으로 카스트라토(남자이면서 여자처럼 높은 고음을 내는 가수) 창법을 익혔다. 거기서 겪은 밑바닥 인생이 그의 노래가 되었다. 밴드 이름도 호피무늬 옷을 즐겨 입던 매춘부의 별명이다. 정육점 직원, 싸구려 자동차 정비사 등 여러 직업을 전전했던 휴즈는 '드럼의 제임스 조이스'로 통한다. 유럽과 인도의 여러 밴드에서 다양한 음악을 했던 스타우트는 이 밴드에 합류한 뒤 괴상한 음악가로 변했다.

이들의 음악도 매우 독특하다. 스스로는 '브레히트식 펑크 카바레'라고 설명한다. 음악극과 뮤지컬, 카바레 쇼 등 여러 형식으로 자유분방한 음악을 선보이고 있는데, 공포와 부도덕한 것들을 주로 노래한다. 신성모독과 강간, 모친 살해까지 등장하니 듣기에 결코 편치 않다. 어둡고 잔인하고 무거운 음악을 하는 이유를, 리더인 마틴은 이라크전이 한창이던 2006년 영국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도 이라크에서는 그런 일이 계속되고 있지 않냐. 내가 어떤 식으로든 충격을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인 것 같다."

그러니까 이 밴드의 음악은 그저 해괴한 짓거리가 아니라 매우 진지하고 심각한 도발이라 하겠다. 세상이 그 진가를 알아봐서 히트도 쳤다. 1989년 초연한 컬트 뮤지컬 '번개머리 피터'가 영국 최고의 공연예술상인 로렌스 올리비에상(작품상ㆍ조연상)을 받으면서 확 떴다. 이 작품은 브로드웨이로도 가서 대성공을 거뒀다. 현대음악 전문 현악사중주단으로 유명한 크로노스 쿼르텟과 함께 녹음한 음반 'The Gorey End'로 그래미상의 베스트 클래식 크로스오버 앨범 후보에도 올랐다. 음악극 '성냥팔이 소녀'와 '햄릿', 엉덩이가 붙은 샴 쌍둥이, 팔이 6개인 사람 이야기 등으로 한바탕 축제 같이 엮은 '진기한 쇼와 서커스'도 이들의 작품이다.

이제 이번 공연을 말할 차례다. 긴장하지 마시라. 첫 내한 공연 작품으로앞에 설명한 것에 비하면 얌전한 것을 가져온다. 제목은 '늙은 뱃사람의 노래'이고 카바레쇼 같은 음악극이다. 19세기 영국 낭만주의 시인 새뮤얼 테일러 콜리지의 으스스하고 초현실적이 장편시 '늙은 뱃사람의 노래'에 음악을 붙이고, 광고 사진작가로 유명한 마크 홀투센이 몽환적인 영상을 입혀 만든 작품이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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