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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프레시안의 새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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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프레시안의 새 실험

입력
2013.05.07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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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정 선임기자 jaylee@hk.co.kr

‘인쇄’를 누르고, 형광펜을 집어 들었다. 고민과 결단을 담아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쓴 듯한 이 글을 한 줄 한 줄 새겨읽기 위해. 공감하는 부분, 깊이 생각해 봐야 할 대목에 밑줄을 긋다 보니 A4 용지 절반 가까이가 노랗게 물들었다.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이 6일 홈페이지(www.pressian.com)에 띄운 ‘협동조합 전환 결의문’ 얘기다.

프레시안은 2001년 기존 신문사 출신 기자들이 주축이 돼 창간한 ‘인터넷 대안 언론’이다. 이 신문 주주들은 지난 3일 총회를 열고 14명 중 10명의 찬성(2명 반대, 2명 기권)으로 주식회사 간판을 내리고 ‘직원+소비자 협동조합’으로 전환하기로 의결했다. 5월 중 협동조합 설립인가 절차를 거쳐 6월 말쯤 전환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협동조합의 근간은 ‘1인 1표’ 원칙. ‘1주 1표’ 행사로 운영되는 주식회사와 달리 조합원들은 출자액에 관계없이 동등한 권리를 행사한다. 프레시안에 따르면 직원은 300만원(1구좌 1만원) 이상, 소비자(독자)는 3만원 이상의 출자금을 내면 조합원이 될 수 있고, 월 1만원의 조합비를 낸다. 30여명의 직원 대부분이 동참해 1억여 원의 출자금을 모았고, 창업을 돕는 엔젤 투자자 격인 ‘천사 조합원’들이 4억여 원 출자를 약속했다고 한다. 소비자 조합원들도 선출 절차를 거쳐 최고의결기구인 대의원총회(소비자 100명당 대의원 1명, 직원ㆍ천사 조합원은 당연직)와 경영을 맡는 이사회(소비자 50%, 직원ㆍ천사 조합원 50%), 편집방침을 결정하는 편집위원회(이사회에서 7명 이내로 선출)에 참여할 수 있다.

최근 국민TV 협동조합이 인터넷 라디오방송을 시작했지만, 기존 언론사가 협동조합으로 탈바꿈하는 것은 전례가 없다. 직업상 ‘삐딱한 시선’에 길든 탓인지, 이 소식을 접하고 먼저 든 생각은 ‘과연 성공할까?’ 하는 의문이었다. 프레시안 기자에게 물으니 절반쯤은 그런 반응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의문’을 밑줄 박박 그어가며 읽고 또 읽은 것은 그들이 밝힌 ‘결단의 배경’이 우리 언론의 남루한 현실, 특히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려 온 상당수 언론사들이 안고 있는 딜레마를 적확하게 짚고 있기 때문이다.

프레시안은 “품위 있는 ‘생존 모델’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고 밝혔다. 이어 광고를 미끼로 한 회유에 나름대로 저항했지만 이런 사정이 “선정적인 광고, 광고 매출과 직결되는 페이지 뷰를 늘리기 위한 이른바 ‘낚시’ 제목의 남발, 꼼꼼한 취재와 비판적 성찰에 바탕을 두지 않은 거친 논리와 날선 주장의 기사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했다. “그렇다고 살림살이가 나아진 것도 아니”며 “시장의 논리대로라면 한참 전에 없어져야 할 기업이었다”고도 했다. 이 처절한 자아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언론사가 몇이나 될까.

. 미디어의 기업화, 상업화가 낳은 저널리즘의 쇠퇴를 비판한 미국의 언론학자 맥체스니의 책 제목을 빌리자면, 우리 현실은 ‘가난한 미디어, 가난한 민주주의’라 할 만하다. 언론산업의 사양화는 전세계적인 현상이지만, 한국 언론, 특히 신문의 몰락은 처참할 정도다. 공짜 뉴스의 범람, 독자의 지갑을 열 만한 질 높은 기사를 생산하지 못한 기자들의 무능과 게으름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언론들이 광고, 그것도 대기업 광고에 절대적으로 의존해 몸집을 불려 온 탓이다. 이 구조로는 ‘품위 있는 생존’이 어렵지만, 마땅한 대안을 찾기도 쉽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프레시안 협동조합이 성공할 수 있을까? 더 많은 ‘가난한 미디어’들을 동지로 끌어들일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아직은 물음표를 남겨 둘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언론 스스로 새로운 길을 내지 않고는 생존하기 어렵다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의미는 좀 다르겠지만, 요즘 유행하는 ‘창조경제’란 말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곳이 언론이 아닐까. 누구도 가지 않는 길로 어렵게 첫 발을 뗀 프레시안의 용기를 지지하고 응원한다. 힘 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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