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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 흘려 남을 도울수 있어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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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 흘려 남을 도울수 있어 행복"

입력
2013.05.07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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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양양군 강현면 주청리에 사는 서정순(82)씨의 별명은 욕쟁이 할머니다. 1980년대 중반부터 3년 전까지 속초와 양양에서 운영했던 식당을 찾는 손님들 모두를 아들, 딸, 손자 같이 여겨 붙여진 별명이다.

서 할머니에게는 잊지 못할 은인이 있다. 1999년부터 매년 5월이면 동전이 가득 찬 돼지저금통을 몰래 놓고 가는 얼굴 없는 천사 부부다. 서 할머니가 2002년 속초에서 양양으로 이사했지만 부부는 어김없이 정성을 보내주고 있다. 지난 4일 오후에도 어김 없이 백 만원 가량의 동전이 가득 담긴 저금통 6개를 놓고 갔다. "전화를 받고 뛰어나가 보니 저금통만 있고 사람이 없는 거야. 한 두 해도 아니고 고맙다는 말이라도 해야 할 텐데…."

서 할머니는 얼굴 없는 천사가 놓고 간 저금통과 틈틈이 모은 돈으로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다. 독거노인과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배를 굶지 않도록 손수 김장김치와 순두부, 도토리묵, 콩나물 반찬을 만들어 나눠준다. 3년 전부터 몸이 좋아 않아 식당을 다른 사람에게 넘겼지만, 봉사활동만은 쉬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병아리를 직접 사서 나눠주기도 했다. 서 할머니가 이렇게 돌보는 식솔은 30여명이 넘는다. 그는 "진짜 고마운 사람은 따로 있는데 칭찬은 자신이 다 받아 쑥스럽다"고 했다.

경북 안동이 고향인 욕쟁이 할머니는 장사를 하다 빚 보증을 서 큰 손해를 보고 1984년 속초에 정착해 칼국수 집을 운영했다. 그 해 어느 날 우연히 독거노인을 발견하고, 쌀독에 한줌 남은 쌀로 미음을 끓여 며칠 보살폈더니 돌아가실 것 같던 노인이 기운을 차리고 일어난 것이 계기가 돼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서씨는 2007년 대통령선거 때는 유명 인사가 될 뻔했다. 대통령 후보 광고를 맡은 기획사에서 광고출연을 수 차례 요청했지만 정치판에서 이름이 거론되는 게 싫어 거절했다. 2009년에는 성신여대 학생들과 2004년부터 매년 양양에서 김장 봉사활동을 하면서 인연을 맺어 명예학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서 할머니의 소원은 100살까지 사는 것이다. 지금 자신이 돌보고 있는 노인들보다 하루라도 더 살아야 한다는 의지를 이렇게 표현했다. "돈을 벌어 남을 위해 쓰는 것보다 직접 땀을 흘려 남을 돕는 게 더 행복하다우. 한 번 해봐."

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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