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양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정상 회담에서 2015년 말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를 한국군의 준비 여건 등을 감안해 추후 탄력적으로 조정한다는 데 합의했다. 일단 목표 일정에 맞춰 추진하되 여차하면 방침 수정도 가능하도록 여지를 남겨 둔 것이다.
양국 정부가 줄곧 예정대로 이양 작업을 진행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오다가 전작권 전환 연기론이 다시 떠오른 것은 최근 북한의 잇단 도발 위협으로 한반도 안보 상황이 급격히 악화하면서다.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달 18일 국회에 출석, “한미가 (2015년 전작권 전환에) 합의한 만큼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안보 상황이나 인수 준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여유를 갖고 검토할 수도 있겠다”고 밝힌 것을 놓고 연기 가능성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같은 달 25일에는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공식 석상에선 처음으로 “(전작권 전환에 합의한) 2006년과 현재 안보 상황은 차이가 있다.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여러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답변해 연기 가능성을 내비쳤다.
한미 군 당국은 내년 3월과 8월에 진행될 ‘키 리졸브’(KR) 연습과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통해 우리 군이 전작권을 넘겨받는 데 필요한 준비가 돼 있는지 등을 면밀히 점검한 뒤 2015년 8월 최종 검증할 계획이다. 한반도 안보 불안이 고조되고 전면전 발발 초기 한국군 단독 대응 능력이 부족하다고 평가되면 계획은 재검토된다. 전작권 전환은 정치적 협상 문제가 아니라는 게 국방부 측의 공언이다.
그러나 양국 정상이 전환 연기 가능성을 열어둔 데에는 정치적 고려가 깔려 있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예비역 장성들이 전작권 전환 작업 중단을 꾸준히 요구해 온 가운데 미국 정치권에서도 최근 전환 연기 주장이 고개를 들었다. 전작권 이양을 지지해 온 버웰 벨 전 한미연합군사령관이 지난달 20일 이양 논의를 영구적으로 미뤄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당선인 시절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이 “북핵 등 안보 상황을 감안하면서 (전작권 전환을) 잘 판단해서 검토해야 한다”며 신중론을 제기하자 “유의하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 위기 상황에서 보수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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