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시리아 공습이 미국의 시리아 사태 무력 개입을 촉발할 수 있다고 미국 언론들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고위 당국자들이 수주 내에 시리아를 공습하거나 시리아 반군에게 무기를 지원하기로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미군은 공습 시 시리아의 항공기와 활주로, 미사일 기지를 공격해 아사드 정권의 공군력을 무력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이 시리아를 공습하기 며칠 전 미국, 영국, 프랑스가 비밀리에 공동 군사개입 방안을 논의했다"며 회의에 관여한 인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 국방부는 수개월 전부터 시리아 공습 계획을 마련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수주 전에는 합동참모본부와, 중동 군사작전을 수행하는 중부사령부에 리비아 사태 개입과 같이 동맹국 협조를 통한 공습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은 2011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주도한 공습 작전에 참여하는 형태로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정권을 전복시키는데 동참했다. 이와 관련, 오바마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군사 개입 결정이 내려지면 공습은 아주 쉬운 방안이 될 수 있다"면서 "다양한 (군사적) 옵션 가운데 (정부 입장이) 어느 한 쪽으로 아직은 기울어지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미군의 옵션 가운데 지상군 투입은 오바마 대통령의 반대로 배제된 상태다.
미국의 시리아 개입에 가장 반대하는 사람은 오바마다. 오바마는 시리아의 방공망이 강력한데다 시리아 반군에 지하드(성전) 세력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반대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 그는 지난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반군에 무기를 지원하자고 요청했을 때도 거부했다.
시리아 상황은 오바마가 인도주의적 명분을 내세워 리비아에 군사 개입을 정당화했던 때보다 더 악화해 있다. 공화당 소속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이스라엘의 공습이 미군의 개입 자제 이유 중 하나인 시리아의 강력한 방공망 논리를 약화시켰다"며 "이스라엘이 시리아 방어망을 손쉽게 뚫었다"고 지적했다. 언론들은 오바마 정부가 공습은 하지 않더라도 시리아 반군에게 무기를 지원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 별개로 유엔 독립조사위원회의 카를라 델 폰테 위원은 시리아 반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한 정황을 확보했다고 5일 밝혔다. 그는 "시리아 인접국에 머물면서 내전 피해자와 병원 관계자를 인터뷰한 결과 시리아 반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위원회는 반기문 사무총장의 지시로 구성된 유엔진상조사단과 별도의 기구이기 때문에 이 주장이 유엔의 공식 입장은 아니며 현장 조사 결과가 아니어서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엔과 미 국무부는 6일 "아직 화학무기가 사용됐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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