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핵무기 보유 의지가 아버지인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보다 훨씬 큰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6일 "미국과 중국은 최근 몇 차례의 회담을 통해 김정은 체제의 불확실성이 매우 크며 핵무기 보유 의지도 김정일 때보다 훨씬 강하다는 평가를 공유했다"고 밝혔다. 북한 정권의 안정성과 김 제1위원장에 대한 미중의 평가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이 관계자는 "미중 양국은 북한이 장거리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고 제3차 핵실험까지 강행한 것은 대내적 요인에 기인한 측면이 크며 여기에 한미 연합군사훈련 등 외부적 요인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 나라의 지도자가 미국 지도를 놓고 작전회의를 한 지 얼마 안돼 갑자기 철판구이 집을 찾아가는 것 자체가 정상적 국가에선 상상하기 힘든 일"이라며 "(김정은 체제의 안착 여부를) 잘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북핵 문제의 대화 국면 전환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이 최근 늘고 있지만 실제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며 "미국은 북한과 대화하기 위해 '먼저 물건을 봐야겠다'는 입장인 반면 중국은 '일단 만나봐야 물건도 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북한이 의미 있는 비핵화 의지를 먼저 보여야 대화할 수 있다는 미국과, 대화를 해야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중국의 입장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북핵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에 대한 미중의 입장이 어느 정도 조율돼야 이를 토대로 북한과 대화하고 특사도 보낼 수 있는데 아직 이게 안 된 상태"라며 "북한에 전할 메시지가 없어 조만간 대북 특사가 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북핵 문제에 대한 미중의 태도는 대북 압박과 대화라는 투트랙을 병행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전략과도 다른 것이다. 북핵 해법을 놓고 한미중 3국이 각각 다른 입장을 취하면서 사태가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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