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억' 소리 나는 고급 수입차가 많아지니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입니다."
5일 밤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만난 대리기사 윤모(51)씨는 "수입차 손님을 모시다 사고라도 나면 몇 달치 수입이 고스란히 날아간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수입차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대리운전, 발레파킹(대리주차), 세차 등 차량 관련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 중 고급 수입차는 사고 처리 비용이 국산차의 5~6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등록 자동차(130만6,749대) 중 수입차가 10%(13만858대)를 넘었고 지난 1월에는 12.9%로 사상 최대 점유율을 기록했다.
지난달 6일에는 대리기사 임모(47)씨가 강남구 논현동에서 배우 이지아씨의 시가 2억 상당의 수입차(마세라티)를 운전하다 사고를 내 3,000만원에 달하는 수리비 책임을 놓고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당시 사건을 담당한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소규모 대리운전 회사도 거의 보험에 가입해 기사들의 부담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지만 대리기사들은 "수입차 수리비가 워낙 비싸 보험 한도를 넘기기 일쑤"라며 불안감을 토로했다.
대형 대리운전 회사에서 일하는 김모(47)씨는 "회사에 보험료로 매일 2,800원씩 내지만 사고처리비의 10%는 우리가 부담해야 해 고가 차량의 콜을 받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고 말했다.
카페, 음식점 등에서 손님 차를 대신 주차하는 발레파킹 기사들도 골머리 앓기는 마찬가지. 지난 2월 강남구 신사동의 한 극장에서 포르쉐를 주차하다 잠깐 실수로 2,000만원의 수리비 견적서(보험 한도 1,000만원)를 받아 든 A(35)씨는 며칠 뒤 또 한 번 머리가 하얘졌다. 외국에 보내 수리할 한 달 동안 쓸 렌터카 비용이 수리비보다 더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강남구 청담동의 한 음식점은 고급 수입차들을 발레파킹하는 경우가 많아 보험 한도를 3억원으로 높이고 1년에 600만~700만원의 보험료를 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렌터카 비용이 곤혹스럽다. 발레파킹 기사 김모(35)씨는 "대리운전이나 발레파킹을 하다 사고가 난 경우 자차 보험에 해당돼 보험사가 렌터비는 지원하지 않는다"며 "2억원 이상의 벤틀리 같은 최고급 수입차는 아예 차주한테 직접 주차하라고 한다"고 말했다.
세차장 업주들도 '고급 수입차가 무섭다'고 울상을 지었다. 도곡동의 한 기계식 세차장 사장은 "흔들거리던 사이드 미러가 살짝 충격을 받아 떨어지기라도 하면 국산차는 10만원 물어줄 것을 수입차는 가뿐히 100만원을 넘는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터넷 대리기사 카페에는 "수입차는 (대리비를) 2배 받아야 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도곡동의 한 손세차장 주인은 "수입차 주인일수록 시시콜콜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아 동급 국산차보다 2,000원씩 더 받고 있다"며 "우리 같은 사람들은 수입차가 많아지는 현실이 반갑지만은 않다"며 미간의 주름을 깊게 팼다.
송은미기자 mysong@hk.co.kr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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