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이 대리점주에게 욕설을 퍼부은 녹취 파일이 인터넷에 공개돼 파문을 일으킨 남양유업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검찰은 불법 강매 혐의로 압수수색에 들어갔고, 공정거래위원회는 불공정행위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인터넷에서는 제품 불매운동까지 일어나 기업 이미지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 곽규택)는 지난 2일 대리점 업주들에게 유통기한이 지난 유제품을 강매한 의혹을 받고 있는 남양유업의 서울 남대문로 본사와 지점 사무실 등 3곳을 압수수색했다고 6일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일 전직 남양유업 대리점 업주 2명이 홍원식 회장, 김웅 대표이사 등 전ㆍ현직 남양유업 임직원 10명을 사전자기록 변작 및 공갈 혐의로 고발함에 따라 기초 조사를 벌여왔다.
전직 대리점주들은 고발장에서 "남양유업 임직원들은 2012년 여름부터 6개월 동안 50여 회에 걸쳐 전산 발주 시스템을 임의로 조작해 유통기한이 지난 유제품을 대리점에 떠넘겼다"며 "남양유업이 대리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위협해 대리점주들에게 명절 떡값, 지점 운영비 명목으로 10만~300만원씩 상습 갈취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전산 거래자료와 회계자료, 내부 보고 문건 등을 통해 남양유업에서 실제로 이 같은 일이 있었는지 사실관계를 검토한 뒤 홍 회장 등을 불러 피고발인 조사를 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남양유업의 전ㆍ현직 대리점 업주 3명도 지난 1월 "제품구매를 강제하고, 명절 떡값을 요구했다"며 남양유업 본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이에 맞서 남양유업도 이 고발자들을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 훼손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인터넷에 영업직원이 대리점주에게 험한 욕설을 퍼부은 녹취 파일을 공개한 남양유업대리점연합회 피해자 회원 10여명은 이날 남양유업 본사에서 물량 떠넘기기와 폭언 파문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본사가 부당행위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와 적절한 보상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1차로 공개한 녹취 파일 외에 다른 밀어내기 사례들과 떡값 요구 관련 녹취 파일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인터넷에서는 남양유업 불매운동과 비난의 글이 쇄도하고 있다. 포털 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서는 '남양유업 폭언사건, 이참에 본때를 보여 줍시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등장해 오후 5시 기준 2,700 여명이 서명했다. 한 네티즌은 "기업윤리가 땅에 떨어진 업체"라며 "불매운동으로 맞서자"고 주장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기업에서 제발 인성교육좀 시키라"고 꼬집었다.
또 일부 편의점에서는 남양유업 제품 판매 금지를 선언해 불매 운동이 오프라인까지 확산되고 있다.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남양유업은 오전 9시 전 거래일보다 5.9% 급락한 상태에서 출발했다가 전일 대비 2.02% 하락으로 장을 마쳤다.
이에 대해 남양유업 측은 "이와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엄중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검찰조사를 받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유통업계에서는 이번 남양유업 사태가 유통업계에 만연한 이른바 '밀어내기'수법의 고질적 문제점을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남양유업이 원래 공격적 영업을 하기로 유명하다"며 "보통 신제품이나 음료 성수기에 밀어내기가 성행하는데 워낙 그 양이 많다보니 곪은 상처가 터졌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김청환기자 ch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