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화학물질 관리법 개정안'이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재계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재계는 화학사고를 일으킨 기업에 부과하는 과징금 기준이 '전체 매출액 대비 10% 이하'에서 '해당 사업장의 매출액 대비 5% 이하'로 하향 조정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기업들이 문제 삼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부당이득 환수를 목적으로 매기는 과징금을 우발적 성격이 강한 화학사고에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느냐는 주장이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연간 지속적인 생산 및 판매활동을 통해 일어난 매출을 우발적 사고 때문에 상당 부분 손실을 봐야 한다면 어느 업체가 납득하겠느냐"며 "사고를 냈으니 매출로 손해를 보라는 것은 가장 중요한 생산활동 자체를 무시한 것이어서 기업을 위축시킨다"고 주장했다.
과징금의 기준을 매출액으로 정한 것도 불만이다. 장치산업의 속성상 매출은 많지만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은 적어 단 한 번의 과징금 폭탄으로도 기업의 존폐가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임우택 한국경영자총협회 안전보건팀장은 "대다수 안전관련법령은 과징금 상한선을 금액으로 정해놓는데, 매출의 몇 %를 과징금으로 내라는 것은 법리상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석유화학 업종의 영업이익률이 3.3%라는 점을 감안하면 '배보다 배꼽이 큰'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소기업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더 크다. 대기업보다 유해물질 관리체계나 안전교육 등이 미비해 사고에 노출될 가능성이 훨씬 큰 탓이다. 김성식 삼성기계공업 대표는 "중소화학 업체 대부분이 유해물질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폐업까지도 갈 수 있다"며 "징벌적 법령보다 안전관리 기술 지원 등 예방 차원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도 어느 정도 기업들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매출액의 5% 과징금을 6개월 영업정지 처분과 비슷한 제재수단으로 보기에는 지나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기업들이 과도한 과징금만을 이유로 개정안에 반대하는 것은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의 도입 취지를 왜곡하는 것이란 비판도 적지 않다. 삼성전자의 화성사업장에서 4개월 만에 똑같은 불산 누출사고가 발생할 만큼 화학사고가 잇따르고 있어 제재 수위를 높일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김찬오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기업의 안전관리 비용이 부담된다면 장기계획을 세워 과징금 부과 수위를 높이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영태 환경부 화학물질안전관리 TF팀장은 "법사위 안은 기존 환경노동위원회 안에서 크게 후퇴해 '절반의 성공'에도 못 미치는 결과"라며 "2015년 법 시행 전까지 내실 있는 하위법령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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