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와 폐질환의 연관성 규명을 위한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의 실시 여부를 놓고 빚어진 갈등으로 중단됐던 정부의 가습기 살균제 추가 피해 조사가 한 달 만에 재개된다.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해 의심 사례에 대한 CT 및 폐기능 검사 요구를 묵살했던 정부가 이를 전격 수용했기 때문이다. 이르면 2~3개월 안에 피해 의심 사례에 대한 살균제의 인과관계 심사 결과가 나올 예정이어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을 둘러싼 배상 및 사법 처리 문제도 해결의 물꼬가 트일 전망이다.
6일 보건복지부 소속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최근 총리실이 주관한 관계 부처 협의 결과에 따라 폐손상조사위원회 제안을 받아들여 추가 접수된 피해 의심 사례 374건에 대해 폐기능 및 CT 검사를 실시한다. 질병관리본부는 피해 의심 사례 중 110여명의 사망자를 제외한 260여명을 조사할 방침이다. 검사는 국립중앙의료원을 통하고 필요한 예산은 질병관리본부의 일반용역예산으로 부담한다. 비용은 1억원 내외로 추산되며 현재 국립중앙의료원과 일정, 소요 비용 등 세부계획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2011년 11월, 34건의 피해가 공식 확인된 이후 질병관리본부는 민관 합동 26인으로 구성된 폐손상조사위원회를 출범시켜(2012년 12월) 추가 피해를 접수ㆍ조사했지만 지난달 4일 정확한 인과관계 규명을 위해 폐CT검사가 필요하다는 폐손상조사위 요구를 복지부가 묵살, 민간위원들이 사퇴하는 등 파행을 빚었다. 설상가상으로 관련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은 보건당국이 조사 결과를 발표할 때까지 수사를 시한부 중지하기로 해 사태 해결을 위한 움직임은 더 이상 진전되지 못했다. 피해 구제를 둘러싸고 복지부,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가 현행법상 근거가 없어 지원이 불가능하다며 책임을 떠넘긴 것도 사태 해결의 걸림돌이었다.
윤승기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과장은 "폐CT촬영 등 추가 검사는 2주 정도 소요되는데 이르면 이달 안에 검사 결과가 나오고 폐손상조사위의 심사도 2~3개월 안에 끝날 것으로 보인다"며 "인과관계 규명 결과가 나오면 검찰도 수사를 재개하고 국회 차원의 피해 구제 관련 법안 처리도 급물살을 타는 등 사태 해결의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건 해결을 위한 국회 차원의 움직임도 뒤늦게나마 본격화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피해자 중 생계가 곤란한 이들을 3개월 이내에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를 위한 결의안'이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환경부 추가경정예산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대책 예산으로 50억원을 편성하는 안도 지난달 3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예결소위를 통과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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